인촌로→고려대로, 백일로→학생독립로 주민·사업자 50% 이상 동의해야 “공과 따져봐야” 반발도 적지 않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도로이름에 반영된 친일행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주민의 요청·동의가 필수인 만큼 공감대 형성 없이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작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북구청은 지난 27일 1626번째 도로명판 교체를 끝으로 기존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변경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 1991년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도로명을 정한지 28년 만의 일이다.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를 운영한 김성수의 호(號)에서 이름을 딴 인촌로는 6호선 보문역~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를 잇는 약 1.2㎞ 구간이다. 그간 이 구간의 연결도로까지 포함해 총 27개의 도로명으로 사용돼왔다. 이를 나타낸 도로명판은 107개, 건물번호판은 1519개가 있었다.

김성수가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의 명단에 오른 데 이어 대법원의 친일행위 인정판결, 정부의 건국공로훈장 취소 등이 이어지자 인촌로의 도로명 삭제 요구에도 불이 붙었다. 성북구는 주민과 고대총학생회, 항일독립지사선양단체연합 등의 요구를 수용해 지난해 8월부터 직권변경을 추진했다.

도로명주소법에 따르면 주소를 쓰는 주민·사업자 중 20% 이상의 동의를 얻거나 지자체장 직권으로 도로명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이후 주민·사업자의 50% 이상이 찬성해야만 최종 변경이 이뤄진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광주 서구 ‘백일로’가 ‘학생독립로’로 바뀐 사례도 있다. 백일로가 간도지역 독립군 토벌부대에서 활동했던 친일 장교 김백일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주민들의 요청과 동의 없이 도로명 변경이 이뤄지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수의 고향인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에도 인촌로가 있지만, 지난해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바꿔야 한다”고 답한 주민은 23.3%인 70명이 그쳤다. 70%인 210명은 현 상태 유지를 택했다. 고창군 관계자는 “향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방향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정서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또한 주민 동의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도 범일동 시민회관 인근에 ‘조방로’가 있는데, 이는 1968년 사라진 조선방직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곳은 일제가 면사방직과 판매를 위해 설립한 곳으로, 노동약탈로 악명이 높았다. 1943년 조선방직 파괴를 시도하다 체포된 독립운동가 이광우의 아들이 1인 시위 등을 통해 도로명 변경을 요구했지만 그 이름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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