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평년보다 더 따뜻하다는 올 겨울에 일주일여 간격을 두고 셀프라운드에 도전해 봤다. 동계 시즌이어서 그린피가 3~5만원대에 캐디도 없는 골프장 두 곳을 지인들과 라운드했다. 2인승 카트를 직접 운전했고, 산악 코스에서도 조작이 쉽다는 전통 카트를 몰면서 라운드를 해봤더니 만족도가 높았다. GPS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앱에서 홀 거리를 스스로 측정하고 나니 챙길 것은 많았지만 몸은 가벼웠고 운동이 제대로 된 느낌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캐디피가 안 들고 카트비가 거의 들지 않아 기분까지 가벼웠다는 점이다. 올해 날이 풀리고 시즌이 돌아오면 이런 노캐디 셀프라운드가 활성화할까? ‘당연하지. 이 좋은 걸.’ 내 마음 속에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2인승 카트: 임페리얼레이크 1985년 충주댐의 수량 조절댐인 조정지댐 건설로 조성된 탄금호를 끼고 코스가 만들어진 충북 충주의 임페리얼레이크 컨트리클럽(파인-레이크 코스 파72 6313미터)은 호수가를 따라 산과 물이 조화있게 배치된 국내에 드문 호반(湖畔) 골프장이다. 1990년 충북에서는 두 번째로 회원제로 개장한 임페리얼레이크는 몇 년전 입회금을 변제하고 퍼블릭 18홀 골프장으로 변모했다. 골프장 홈페이지에는 ‘충주호 조정지 댐 호반에 건설된 유일무이의 호반 골프장이고 호수와 마주한 6개의 홀에는 대형 수목이 식재되어 우거진 숲속의 산책로를 연상하게 해주며, 호숫가에 접한 12개의 홀은 충주호를 바라보며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겨울철이어서 많은 티잉그라운드에서 매트를 깔아놓았지만 레이크 코스로 들어갔을 때 충주호를 왼쪽에 낀 13번 홀부터 다섯 개 홀은 가슴이 뻥 뚫릴 정도의 상쾌함이 느껴졌다. 전 홀에 라이트 시설이 되어 있어 여름이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라운드가 끊이지 않을 듯했다. 요즘 꽤 많은 골프장이 겪지만 이 골프장은 캐디 수급이 특히 문제인 듯했다. 특히 레이크코스는 업다운이 심해, 골퍼 입장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캐디로서는 비호감일 듯했다. 한창 시즌인 봄, 가을에 투라운드를 도는 건 캐디들도 고역인 지형이었다. 전홀 라이트를 깐 골프장은 고민 끝에 이 코스의 새벽이나 밤늦은 3부 시간에 셀프 라운드를 시도하고 있었다.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셀프라운드’라고 얘기하면 그때부터 우리가 모든 걸 알아서 스스로 해야 하는 만큼 여느 골프장에 갈 때보다 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고 약간 더 일찍 도착하는 건 기본 예의다. 부킹 확인은 프론트를 이용하지만 옷 갈아입고 나와서는 내가 곧 진행요원이 되고 캐디가 된다는 게 셀프라운드에 성공하는 마음자세다. 클럽하우스 왼편으로 내려가면 2인승 카트가 주차된 곳에서 골프백을 부착한다. 이제 기기부터 점검해야 한다.
2인승 카트에는 어두울 때 밝히라고 라이트도 달려 있고, 운전 중 혹시 모를 위험을 알리는 경적도 드라이빙 휠 옆에 준비되어 있다. 스코어카드에 수건과 클럽을 닦을 물통까지 점검한 뒤에 출발한다. 티오프 시간 10여분 전에 출발하는 건 여느 골프장과 똑같다. 우리 일행 4명이 셀프용 2인승 카드 2대를 몰고 출발했는데 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 20분이었다. 물론 앞뒤 팀에 캐디가 있는 팀이어서 꾀부리거나 지체할 여지가 없긴 했다. 그렇다고 쫓기듯 라운드한 건 아니다. 볼은 한 개씩만 치는 정규룰을 준수했고, 일행들이 해외 셀프 라운드 경험이 많은 지라 자율 라운드를 다들 즐겼다. 그린 근처로 세컨드 샷을 한 뒤로는 역할 분담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한 사람이 웨지와 퍼터를 들고 걸어가면 다른 이는 카트를 몰고 홀아웃하는 그린 옆까지 카트를 몰았다. 카트 운전자는 동반자가 챙기지 못한 퍼터, 웨지를 전달하는 등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골프장은 2인승일지라도 페어웨이로 카트가 진입할 수 없었지만 우리들의 카트 진행 궁합은 두 번의 실수를 빼고는 나무랄 데 없었다.실수 하나는 한 사람이 웨지를 놓고 와서 다음 홀 티잉 구역에서 급히 찾으러 갔다온 것이다. 두 번째 실수는 전반 9홀을 마치고 그늘집에 들러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약간 초과한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직원이 ‘이제 나가야 할 때’라는 엄한 눈길에 우리는 마냥 뭉기적대지 못하고 나섰다. 그정도야 캐디가 있어도 하는 애교 수준이다. 다행히 올해부터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할 수 있는 골프룰 덕에 홀아웃하면서 깃대를 빼두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없었다.
우리 4명의 라운드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소풍 같았다. 가끔씩 히스테리컬한 캐디를 만날 때면 괜히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 여자들에게 약한 게 남자 아니던가. 요즘 젊은 여자에게는 특히 말이다. 하지만 중년을 넘긴 남자들끼리의 라운드는 아무리 거친 농담도, 살 냄새 진하게 풍기는 조크도 거리낌 없었으니 점잖 빼느라 묵혔던 입냄새가 싹 씻기는 듯했다. 우리는 낄낄거렸고, 히히덕거리면서 티샷을 하고 가다가가 세컨드 샷부터는 카트를 모는 자와 페어웨이를 걷는 자로 신분이 나뉘었다. ‘모는 자’는 적어도 그린에 공을 올린 자요, ‘걷는 자’는 엉뚱한 러프에 보내 트러블 샷을 해야하는 신상필벌이 분명한 라운드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라운드를 마치고 났더니 동절기 할인 그린피 3만원에 카트비 3만원, 그리고 그늘집에서 먹은 식대 8천원을 합쳐 6만8천원이 나왔다. 물론 골프 시즌과 주말이 되면 이보다는 올라가지만 거기서 몇 만원 차이 없고 10만원 내외다. 셀프라운드는 골프장에 먼저 신청해야 가능하다. 셀프라운드 면허증도 받아야 한다. 면허 시험을 보느냐고? 자동차 면허증만 있으면 발급은 간단하게 해결되니 그건 걱정 없다. 카트를 공급한 회사가 보험에 들어놓았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라고하니 그것도 마음에 든다.
전동 풀카트: 지산퍼블릭 경기 용인에 위치한 지산퍼블릭(파36 2345야드)은 회원제 27홀 옆 드라이빙 레인지 연습장을 낀 9홀 코스다. 회원제 코스가 1994년 개장한 뒤 5년만인 1999년 5월22일에 퍼블릭 9홀이 개장했고, 그해 10월 연습장도 오픈했으니 이제 20년 된 코스다. 산 중턱에 업다운이 심한 퍼블릭 9홀은 롤러코스터 코스이고 셀프 라운드로 운영된다. 30여 미터 내리막 티샷하는 1번 홀을 시작으로 파3 두 개 홀을 빼면 오르막 아니면 내리막이다. 원래는 모노레일로 카트를 이동했지만 캐디 수급이 어려워진 몇 년 전부터 캐디없이 풀 카트로 라운드하는 셀프 라운드 코스로 변모했다. 업다운 등고차가 워낙에 심한 탓에 골퍼들의 불만에 높아지자 2년 전 전동 풀카트를 도입했다. 인터넷 회원에 가입하면 2만5천원~3만원으로 9홀을 라운드할 수 있으니 18홀은 주중 5~6만원, 주말에도 6만5천원~7만8천원이면 18홀 그린피가 해결된다. 서울에서 가깝고 캐디 없이 18홀 라운드 그린피가 그 정도에 4천원의 이용료를 내면 전동 카트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면 누구나 환영할 조건 아닌가? 업다운 심한 코스를 카트까지 힘겹게 끄는 데 익숙지 않은 대부분의 골퍼는 전동카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동 카트의 고장이 너무 잦다는 점이었다. 들여온 100여대의 카트 중 고장률이 70%가 넘었다.
호주, 미국에서 통용되는 카트는 산악코스에선 취약했다. 들판이나 넓은 평지에서 세 바퀴로도 쉽게 쓰이지만 지산퍼블릭의 등고차는 국내 어느 코스에 못지않을 업다운이 특징이다. 급격한 경사에 조금만 잘못 작동해도 전복되거나 부딪치기 일쑤였다. 수시로 급브레이크를 밟는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처방에 나선 업체는 몇 년 전부터 현대더링스 등 퍼블릭 골프장에서 셀프 라운드용 보드카트 등을 보급하는 늘보캐디였다. 최봉민 늘보캐디 대표는 원래 GPS거리측정 캐디앱인 늘보캐디를 통해 골프장 관제와 거리측정기가 일원화된 시스템을 판매했다. 그러다 전동보드 카트, 2인승 카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LG CNS 중국지사에서 십여년 이상 근무한 최 대표는 지산퍼블릭의 요구에 맞는 카트를 고민하다가 ‘한국형 G카트’를 만들어냈다. 중국에서 전동 카트 틀을 구입한 뒤 앞뒤 바퀴를 추가하고 사이드브레이크까지 갖춘 G카트를 고안한 것이다. 지산의 의뢰를 받은 뒤 지난해 여름부터 전동 카트 개발에 나서 여름 한 철을 문래동 수리상가와 골프장을 오가며 보냈다. “서구에서 쓰는 전동 카트는 평지용입니다. 지산퍼블릭처럼 업다운이 심한 산지에서는 당연히 고장날 수밖에 없어요. 원래 카트에서 앞바퀴를 2개로 늘려 달고, 뒤에도 바퀴를 달았습니다. 앞뒤 경사진 곳에서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보조 브레이크를 추가했지요. 이제 이 골프장에서도 여기서 성공했으니 G카트라면 국내 어느 코스던 전동 카트 수급에 문제없습니다.”
이른바 ‘한국 산악형 G카트’를 운전해 라운드 했다. 급한 내리막 경사에서 발로 내려 밟으니 뒷바퀴 옆에 톱니가 걸린다. 오르막에서는 올려 밟으니 역시 반대편 톱니가 걸렸다. 뒤의 보조바퀴는 경사진 곳에서 눕혀서 오르는 데 도움을 줬고, 속도를 높이니까 마치 탱크처럼 오르막을 힘차게 굴러오른다. 운전대가 이끄는 대로 에스컬레이트 타듯 발걸음도 가벼웠다. 게다가 태블릿에 늘보캐디가 깔려 있었다. 공 있는 지점에서 핀이 그린 어느 지점에 꽂혀 있던지 거리가 정확하게 측정됐다. 캐디가 하던 일 중에 카트가 못하는 건 볼 닦는 것 정도였다. 9홀 코스라 두 번 돌아 18홀 라운드 그린피는 5만원, 여기에 전동 카트 대여료가 고작 4천원이었다. 합쳐서 5만4천원이면 스크린골프와 배추 한두 장 차이다. 동절기를 지나 한창 시즌에 들어가도 10만원 이내에 라운드가 해결된다니 반가운 뉴스다. 돌아오는 길에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딱딱하게 만져졌다. 제대로 운동을 하고 온 느낌이었다. 아내도 하룻새 건강해져 돌아온 남편을 무척이나 반겼고 살갑게 대했다. 저렴하게 골프하고, 허세부리지 않는 친구들과 걸으면서 시간 보내고, 다리 운동도 되는 1석3조의 효과를 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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