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지난 13일 호텔 주차장에서 96세 노인의 운전과실로 30대 여성이 안타깝게 사망한 가운데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급증하자 정부는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자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치매 검사를 도입했다.

그러나 치매검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돼 ‘있으나 마나’한 상황이다.

YTN보도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정기 교육 중 숫자와 계절, 요일 순서에 따라 선을 잇는 기본적인 치매 검사가 진행되는데 면허시험장별로 편차가 있지만, 올해 기본 검사에서 탈락한 비율은 전국적으로 35% 정도다.

기본 검사에서 탈락하면, 이어서 기초 인지 검사를 받게 되고, 또 탈락하면 심층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심층 치매 검사에서도 탈락하면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당일 운전면허를 갱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두 가지 후속 검사에서 탈락하는 고령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본 검사에서 탈락한 80대 할아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할 정도로 청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면허를 갱신했다.

운전을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 한 80대 운전자는 “운전한 지? 면허증을 69년도에 냈는데 이번에 면허 나오면 면허기간동안 해야지. 내가 몸이 아직 성하니까…”라고 답했다.

이날 고령운전자들이 시험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도 사고가 날뻔한 아찔한 순간까지 포착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고령 운전자 6천여 명 가운데 최종적으로 운전면허 갱신에 실패한 사람은 단 21명, 비율로 따지면 0.5%에 불과한 상황이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를 앓는 비율이 10.2%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와는 한참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도로교통공단 측도 검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면허가 꼭 필요한 연세 많으신 생계형 운전자들도 있기 때문에 엄격한 검사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3년마다 의료검진을 받아야 면허를 연장할 수 있는 영국처럼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치매진단을 건강보험에서 법적 의무화 하는 등 고령 운전자를 보다 엄격하게 선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