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에쓰오일보다 PER 높아 업계 최고 고도화율 인정 중동산 원유 한국 제패 가능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현대중공업 계열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사면서 자회사인 에쓰오일보다 후한 값을 치른 배경에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쟁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내 자국산 원유를 가장 적게 사용해온 ‘철옹성’을 해제한 의미도 있어 보인다.

아람코가 치르겠다고 한 현대오일뱅크 주식 19.9%의 값은 총 1조8000억원으로 1주당 3만6000원선이다.

에쓰오일의 현재 시가총액 및 아람코가 평가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올해 말 자본총계 규모에 대한 증권업계 추정치로 나눠 계산해봤다.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에쓰오일(1.4~1.5배)보다 현대오일뱅크(약 1.7~1.9배)에 더 높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지분율 63%)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율이 40.6%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 표면적인 이유다.

고도화율이란 총 정제 용량 대비 고도화 설비 용량의 비중으로,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배럴당 정제 마진이 향상된다. 국내 대형 정유업체 가운데 40%대 고도화율을 달성한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GS칼텍스(34.7%), 에쓰오일(30.0%), SK이노베이션(29.2%) 등 ‘빅4’ 업체 중 가장 높다. 실제 대신증권 등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5.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에쓰오일의 경우 이보다 낮은 3.8~4.1% 수준으로 예측됐다.

아람코의 대한(對韓) 원유 수출을 늘릴 수도 있다.

에쓰오일은 아람코의 원유를 독점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감산이 진행되고 있는 아람코의 원유 대신 생산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기타 유종을 섞어 쓸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7년 이후 미국산 원유 수입에 나서는 등 유종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도입 비중은 75%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절반 이하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중동 산유국이 한국 정유시장 대부분을 장악하는 데 있어 마지막 ‘저항지’가 현대오일뱅크였다.

한편 아람코의 ‘야심’을 채워준 현대중공업지주는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반대급부를 얻게 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중공업지주가 평가한 현대오일뱅크의 장부금액은 약 2조9500억원(지분율 91.1%) 수준이다. 이번 지분매각으로 약 1조1500억원 규모의 매각차익이 예상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대 이상의 매각가격으로 인해, 상장작업 없이도 현대오일뱅크 가치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를 유도할 수 있게 됐다”며 “지분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이 주주가치 환원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