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63억원의 격차! 올 한 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28개 대회를 치러 총 상금액은 201억원이었다. 반면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는 그보다 11개가 적은 17개 대회에서 총 138억원의 상금으로 치러졌다. 최근 출간된 ‘KPGA50년사’와 지난 5월 ‘KLPGA 40년사’를 통해 지난 2009년부터 10년간 한국 남녀 투어의 상금액 변화를 정리해본 결과 남자는 10년간 고작 30여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에 여자는 132억원이나 급증했다. 물론 해마다 특수한 등락의 변수는 있겠으나 10년의 변화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같은 상금 역전의 중심에는 대회수의 증가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남자 대회는 16개에서 지난해 19개로 늘어난 것이 최대였으나 여자 대회는 2012년 한 시즌 20개 개최를 넘어선 뒤로는 2016년엔 최대 32개까지 증가했다. 10년 전만 해도 남자 대회의 총상금(108.4억원)이 여자 대회(69.3억원)보다 39억원이나 많았다. KPGA에서는 대회수가 비록 적어도 대회당 평균 상금액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남자대회는 14개 대회에 총 상금액 111억9700만원이었는데 비해 여자 대회는 22개 대회에 131억5천만원이 되면서 남자 투어의 규모를 추월했다. 세계 투어에서 유일하게 여자가 남자보다 총상금액이 더 큰 상황이 벌어졌다.
지도부 내홍 겪은 남자협회 이런 변화는 왜 일어났을까? 남자협회가 2012년에 극심한 지도부의 내홍(內訌)을 겪은 결과다.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4년9월부터 2011년까지 무려 7년4개월여를 12,13대 KPGA회장을 지내고 물러난 뒤로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파벌 싸움이 격화되었다. 2012년에 3개월간 이명하 프로가 14대 회장을 지낸 뒤에 4월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15대 회장에 만장일치 추대되면서 상황은 정리되는 듯했다. 골프광이었던 전 원장은 신설 골프 대회 유치에의 의욕도 높았다. 하지만 몇 개월 뒤에 자진 사퇴 발표를 하고 만다. 그리고 10월에 황성하 프로가 16대 회장으로 선임되고는 2015년까지 임기를 지켰다. 회장직을 둘러싼 파벌 다툼이 벌어지자 대회를 유치할 만한 기업들의 관심이 뚝 끊겼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은 총상금이 100억원을 넘지 못했다. 이 기간 대회 수도 12~14개를 오갔다. 2016년 16대 KPGA를 이끌 리더로 선임된 양휘부 회장은 지방 특색에 맞는 대회를 신설하려는 노력을 했고, 2017년 카이도에서 8개의 시리즈를 후원하면서 대회 수는 늘어났지만 이미 벌어진 여자 투어와의 총상금 격차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규 1부 투어 총상금이 100억 미만으로 떨어진 2014년에 공교롭게 챌린지투어 대회 숫자는 6개가 늘어 17대 대회가 됐고 총상금도 5억8천만원이 증가한 13억8천만원 규모로 치러졌다. 시니어투어는 2013년에 4개의 대회가 늘어난 14개 대회에 총상금은 3억2800만원이 증가한 9억9800만원으로 대폭 증액되었다. 2013년은 그랜드시니어를 포함한 시니어투어의 대회수와 정규 투어수가 같았고, 심지어 2015년은 정규 투어는 12개에 그쳤지만 시니어투어는 16개나 열렸다. 한국 남자 투어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시니어투어는 4배의 상금 증가가 이뤄진 반면에 챌린지투어는 2배, 그리고 KPGA코리안투어는 등락을 거쳐 30% 정도의 증가에 크친다. 남자 골프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1부투어가 위축된 모습이다.
여자협회는 꾸준히 규모 키워 여자협회는 2011년 여자투어(KLPGT) 대표 자리를 놓고 대립하던 제10대 선종구 회장이 3월에 돌연 사임하면서 휘청거렸다. 선수 출신 구옥희 회장이 취임했으나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되어 1년여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2012년 3월에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이 KLPGA의 12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남자 투어와는 달리 급속하게 성장했다. 특히 2014년은 한 해만 대회 수가 5개 늘었다. 상금액은 2016년까지는 매년 꾸준하게 증가했다. 2016년에는 회장없이 강춘자 부회장 체제를 지낸 뒤에 2017년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13대 회장으로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투어의 외형은 더욱 커지고 성장했다. 2000년 창설된 2부 리그인 드림 투어와 2004년에 창설된 42세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시니어투어는 최근 2년새 총상금 13억원에서 27억원으로, 6억1천만원에서 14억5천만원으로 두 배 이상씩 껑충 뛰었다. 특히 호반이 소유한 경기도 여주의 스카이밸리 골프장에서 두 번에 걸쳐 열린 ‘호반건설챔피언십’은 총상금 5억원으로 1부투어 못지 않은 상금 규모로 치러졌다. 특히 방송 생중계까지 포함되었다. 오늘날 1부 투어를 위한 준비기간인 여자 2부 드림투어와 남자 2부 챌린지 투어에서는 대회 수에서 여자가 남자의 두 배 가까이고 상금액수는 남자선수들보다 3배 이상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러다보니 여자 선수들은 매년 꾸준하게 주니어 선수들이 희망찬 미래의 꿈을 안고 골프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프로 선수를 꿈꾸지만 남자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 여자 투어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시니어투어와 정규 KLPGA투어는 3배로 성장했고, 드림투어는 4배 이상 급성장했다. 투어간 골고른 성장이자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다. 이런 바탕이니 ‘세계 넘버원’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한 판 붙겠다는 배짱도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