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이 줄을 잇고 있다.

상반기 동아에스티·SK케미칼… 11월 유한양행 12억달러대 대박 2018년에만 10여건 5조원 계약

신약개발 임상 비용·기간 벅차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아 실제 상용화 여부가 성패의 기준

2018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올 한 해도 대한민국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런 역동성은 제약바이오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유한양행을 비롯한 많은 제약ㆍ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제약사에서 개발 중인 약물을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하는데 성공하며 한국의 연구개발 능력을 과시했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산 기업들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은 잇따라 유럽, 미국 등 제약 선진 시장 진출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굿 뉴스’만 있었던건 아니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올 해 회계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시총 22조원, 코스피 6위의 대형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려 주식거래가 중지되고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게되는 악재를 만났다. 몇몇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기준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일부 제약 CEO들의 주가 조작, 갑질 행태는 신뢰를 쌓아가던 제약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삐걱거림에도 2018년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신약개발’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중요한 한 해였다. 인공지능(AI),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올 해도 한 단계 성장했다. 2020년 ‘7대 제약강국’이라는 어쩌면 무모해보였던 목표가 차츰 ‘꿈’에서 ‘현실’이 되는데 2018년은 없어서는 안 될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향한 2018년 제약바이오업계를 키워드 중심으로 돌아본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이 줄을 잇고 있다.

올 해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바로 ‘기술수출’이다.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SK케미칼과 같은 대형제약사는 물론이고 크리스탈지노믹스, ABL바이오, 앱클론, 인트론바이오같은 바이오벤처들도 잇따라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기술수출 풍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올 해 11월말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해외 제약사들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 건수는 10여건에 이르며 이 계약 규모의 총합은 5조원에 육박한다.

기술수출은 현재 한국의 제약 현실에서 가장 적합하고 최선인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진정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이런 기술수출을 발판삼아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하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기술수출에 만족하지 말고 실제 시장에서 선택받고 인정받는 의약품을 개발해내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여건 기술수출…총 계약 규모 5조원 육박=올 해 기술수출 계약은 2018년이 시작되자마자 동아에스티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1월 동아에스티는 뉴로보파마슈티컬즈에 천연물의약품으로 개발중인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DA-9801)를 기술수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총 계약 규모는 1억8000만달러로 동아에스티는 계약금으로 200만달러를 받았다.

2월에는 SK케미칼이 세계적인 백신 명가 사노피파스퇴르에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총 1억5500만달러 규모의 계약에서 SK케미칼은 10%에 해당하는 1500만달러를 계약금으로 받기도 했다.

이어서 6월에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 중인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를 앱토즈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억2500만달러다.

7월에는 큰 계약이 터진다. 바이오벤처기업 ABL바이오는 암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4개의 약물을 트리거테라퓨틱스와 총 5억5000만달러에 해당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당시로서는 올 해 기술이전 계약 중 가장 큰 규모였다.

8월에는 JW중외제약이 개발 중인 아토피피부염치료제를 레오파마가 총 4억200만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 약물은 아직 임상이 시작되기도 전인 비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 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보통 기술수출은 임상 1~2상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 많은데 임상 전 기술수출이 됐다는건 그만큼 이 약물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1월에는 올 해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다. 업계 1위 유한양행은 폐암치료제로 개발 중인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총 12억5500만달러에 기술이전하는데 성공하며 올 해 기술수출의 정점을 찍게 된다.

이 외에도 11월에만 앱클론, 코오롱생명과학, 인트론바이오 등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올 해를 기술수출 ‘풍년’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게 된다. 이렇게 올 해 체결된 기술수출은 10여건으로 계약 규모 총 합은 4조6550억원(41억8425만달러)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해는 유난히 크고 작은 기술수출 계약이 줄을 이었다”며 “지난 해 총 1조4000억원의 기술수출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기술수출 최선의 ‘선택’이라지만…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 키워야=이처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기술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재로서는 기술수출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가장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높아지면서 신약개발의 가능성은 많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이 모든 신약개발 과정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해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술수출에 성공한건 분명 반갑고 기쁜 소식”이라며 “하지만 좋은 후보물질을 모두 글로벌 기업들에게 뺏기는 것 같아 아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신약개발에는 평균 10년이라는 개발 기간과 조 단위에 해당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그 중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상시험 진행은 한 기업이 진행하기에는 벅찬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개발되는 신약들은 모두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기에 다국가 임상이 거의 필수로 여겨진다. 국내에서만 진행되는 임상에 비해 규모도 크고 환자 모집 등의 과정도 쉽지 않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임상 초기 단계에서 이런 인프라를 구축한 글로벌 제약사와 손을 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선택이긴 하지만 최종 개발 단계 및 상용화 단계를 다른 곳(글로벌 제약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국내 신약개발의 현실”이라며 “더구나 중간에 계약이 취소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등의 불안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제는 기술수출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은 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제 성패의 기준은 기술수출한 후보 약물이 실제 상용화 단계를 거쳐 시장에서 선택받는 제품이 되느냐 마느냐에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뇌전증 신약을 FDA에 허가 신청하고 미국에서 직접 판매를 하겠다고 밝힌 SK바이오팜처럼 다음 단계는 자체 개발, 자체 유통이 될 것”이라며 “이런 단계를 거쳐야 진정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제약사들이 늘어나야 제약강국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