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 역시즌 상품 매출 큰 폭으로 증가 -이월상품 재고 소진하고 선판매로 트렌드 예측 -소비자도 가장 가격 싼 반대 계절에 구매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유통 업계가 계절과 반대되는 상품을 파는 ‘역(逆)시즌 마케팅’에 빠졌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의 날씨에 두꺼운 롱패딩을 판매하고, 본격적인 영하권 추위가 시작되는 연말에 에어컨 등을 내놓고 대규모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역시즌 할인은 미처 다 팔지 못한 이월상품을 역시즌에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마케팅 중 하나다. 유통 업계에서는 이미 정례화 된 행사 중 하나지만,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계절과 무관하게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시즌 상품은 다가올 시즌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는 점도 역시즌 마케팅의 효용성을 높이고 있다. 업체들은 선판매 시기를 앞당겨 신상품을 정반대 계절에 출시하고, 이를 통해 미리 시장 수요를 예측한다.
올해 여름 역시즌 상품의 매출 증가 폭은 두드러졌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올해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한 달간 모피코트, 패딩 점퍼 등 겨울 의류와 난방가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배(232%) 증가했다. 특히 업체들이 앞다퉈 선판매를 시작한 롱패딩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이 41배(4045%) 늘었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이월 상품이 아닌 신상품을 한여름에 미리 내놓았다. 지난 겨울 큰 인기를 끌었던 롱패딩의 신상품을 6~8월에 미리 출시해 올겨울 시장 동향을 알아보고 대비하기 위해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선판매 기간에 여러 색상과 디자인의 상품을 마련하고 어느 제품의 판매량이 높은지 분석해 겨울 시즌 제품별 생산량을 결정한다”고 했다.
계절상품의 월별 판매 비중도 달라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연간 에어컨 매출 중 겨울철(12~2월)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6.4%에서 2016년 14%, 지난해 20.2%로 높아졌다. 반면 여름철(6~8월) 판매 비중은 2015년 65.7%, 2016년 53.3%, 지난해 41.4%로 감소했다. 유통 업체들이 겨울철에 여름 가전을 할인해 팔면서 역시즌 제품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알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리잡은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에 맞춰 백화점 업계는 한겨울인 12월에 대규모 에어컨 할인 행사를 펼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30일을 시작으로 오는 9일까지 연중 최저가 수준의 ‘역시즌 냉방기기 특집전’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대유위니아, 다이슨, 보네이도 등의 냉방 기기 100억원어치를 최대 33% 할인해 판매하는 행사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같은 할인율을 적용해 냉방 기기를 판매한다.
김선진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 상무는 “매년 겨울 냉방가전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리 냉방가전을 준비하려는 고객들을 위해 연중 최저가 수준의 대규모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