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수혈’ 색채 드러낸 LG 총수 구광모 대대적 쇄신 예고한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GS 핵심기업 대표 된 허용수·허세홍 사장 현대重그룹 수주·영업 대표 정기선 부사장 한화 김동관·코오롱 이규호 후계구도 뚜렷

초고속 승진·경영권 세습 세간의 논란 딛고 미래 성장·수익성 확보 막중한 책임 어깨에

2018년 연말 재계 인사를 통해 오너가(家) 3, 4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룹 총수로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가 하면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으로 중용되는 등 재계에 확연한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40세에 그룹 지휘봉을 물려받은 구광모 LG 회장을 시작으로 정의선(48)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 정기선(38) 현대중공업 부사장, 허용수(50) GS에너지 사장, 허세홍(49) GS칼텍스 사장, 김동관(35) 한화큐셀 전무, 조현준(50) 효성 회장, 이규호(35) 코오롱 인더스트리 전무 등이 줄줄이 경영 최전선에서 기업을 이끄는 요직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초고속 승진과 경영권 세습이란 세간의 시선을 극복하고 미래준비를 통한 성장성과 수익성 ‘두 토끼’를 잡아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재계 3ㆍ4세 가운데 올 재계 연말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단연 LG그룹이었다.

지난 5월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4세 경영’ 시대를 연 구광모 회장은 지난 28일 취임 후 첫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순혈’ 대신 ‘수혈’을 택하며 보수적인 LG의 기업문화에 개방의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의 뿌리인 LG화학 부회장과 그룹 컨트롤타워인 지주사의 두뇌격인 경영전략팀장에 각각 신학철 3M 부회장과 홍범식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파격 기용하며 그룹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이어 재계 2위 현대차의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9월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대대적인 쇄신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것은 2009년 기아차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그룹 경영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위기가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시작했다고 보고 지난 16일 중국사업 사령탑을 전격 교체하는 등 임원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보아오 아시아포럼에서 왕융 중국 국무위원을 만나 중국 사업을 논의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LA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대형 SUV 팰리세이드 출시에 공을 들이는 등 대내외 위기 타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난 19일 ‘그룹선박ㆍ해양영업 대표’로 선임됐다.

그룹사 수주영업 대표를 맡게 되면서 책임과 역할이 커지고 3세 경영 승계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정기선 부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의 장남이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중심으로 후계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조만간 이뤄질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 전무의 부사장 승진이 점쳐진다. 김 전무는 그룹의 핵심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 중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GS그룹도 최근 오너가 4세인 허세홍 사장을 그룹 주력 에너지 계열사인 GS칼텍스 대표이사로, 3세인 허용수 사장을 GS에너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허세홍 사장은 앞서 GS글로벌 대표이사로 2년간 재직하며 경영 수업을 진행했다. 종합상사인 GS글로벌 사업 영역을 무역에서 자원 개발로 확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GS칼텍스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이미 작년 1월 회장으로 취임하고 본격적으로 그룹 3세 경영을 시작했다. 2년 차인 올해는 지주회사와 각 사업부문을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했다.

조 회장은 취임과 함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뉴 효성’ 구상을 강조해 왔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조 회장은 지주사 대표이사직만 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을 재정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오롱그룹도 예상치못하게 4세 경영 시계가 빨라졌다. 지난 28일 전격 퇴임을 선언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 이규호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북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한지 6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이 전무는 (주)코오롱 전략기획담당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긴다.

그룹의 핵심 부문인 패션 사업을 총괄 운영하는 자리다.

전사 차원의 ‘4세 경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지만 현장 경험과 능력을 쌓는 과정을 중시하는 코오롱 경영수업 원칙에 따른 인사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리더십이 1970~1980년대생으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며 “아버지 세대의 기업가 정신을 물려받으면서도 낡은 관행에서 탈피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솔루션를 찾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예선ㆍ박혜림ㆍ이세진 기자/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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