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영화 얘길 해야겠다. 지난 광복절 아침, 우연히 케이블TV 방송을 틀었더니 인도 영화가 나온다. 일단 주인공이 선남선녀인데다 화려한 인도 전통의 복장과 광활한 초원, 타지마할 사원 같은 장엄한 건물 등이 한 눈에 들어오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인도 영화에 문외한이어서 수 틀리면(?) 채널을 바꿀 생각이었는데, 점점 더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3시간의 영화는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 명은 ‘왕의 여자’였다. 16~17세기 인도에서 무굴제국을 일군 악바르 대제(Akbar the Great)의 이야기다. 악바르는 ‘위대한’이라는 뜻으로, 악바르 대제는 우리의 세종대왕처럼 인도에서 칭송받는 성군(聖君)으로 불리는 이다.
영화는 무슬림(이슬람)이었던 왕이 당시 세력가인 힌두교 집안의 조다(Jodhaa)와 정략결혼을 하는데서 시작된다. 악바르 대제의 정복 야심과 영토확장의 일환으로 다른 종교를 포섭하기 위해 황후로 들여온 것이다. 종교적 신념과 문화적 차이,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다른 둘은 처음부터 티격태격한다. (뻔한 스토리지만)그러다가 서로에 호감을 갖게 되고, 사랑 직전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악바르는 그때까지도 야심에 불타 있었다. 그때 조다 황후의 명대사가 나온다. “폐하는 정복은 알지만 통치는 알지 못합니다. 제 몸은 정복했지만 제 마음은 통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백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깨달은 악바르 대제는 인두세(사람 머릿수에 맞춰 거둬들이는 세금)를 폐지하고, 종교 차별을 없애는 등 태평성대의 정치를 펼친다. 대제는 백성의 마음을 얻고, 황후의 사랑을 차지한다. 이것이 왕의 여자 스토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방한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한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주목하라”고 했다. “도움을 간청하는 이들을 밀쳐내지 말라”고 했고, “대화가 독백이 안되려면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서로의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뜻일게다.
교황의 방문은 우리 사회에 일대 ‘신드롬’을 일으켰다. 어른다운 어른이 없고, 리더다운 리더가 없는 현재의 한국사회와 관련이 커 보인다. 세월호 침몰이나 군 가혹행위 사망 등 일련의 대형 사건사고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참어른과 참모델이 없다는 서글픔은 우리 사회에 허망감을 던져줬던 것이 현실이다. 그 현실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어 보인다. 교황의 메시지는 실제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교황은 근엄하지만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민초들의 슬픔을 달랬고, 아이에 입을 맞추면서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교황이 한국사회에 선물한 동심(童心)과 인간성에 반하는 것에 대한 냉철한 경고는 그래서 의미가 큰지도 모른다.
백성(민초)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정치가 아니다. ‘왕의 여자’ 영화의 주제와 교황의 메시지는 시대와 종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현재의 우리에게 매우 유효한 메시지다.
각종 모럴해저드 사건사고가 터져도 민심을 외면하는 오늘날 한국사회 위정자들에 이 말을 던진다. “당신들은 정복은 알지만, 통치를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