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21년 전 대한민국은 금모으기 운동에 열중했다. 누군가에겐 큰 기억에 남지 않을 사건이기도 하지만 가족이 흩어진 집도 있고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사태를 전면에 내세워 세대별로 다를 수밖에 없는 기억을 깨운다. ‘국가부도의 날’은 IMF 사태를 한국 영화 최초로 다뤘다.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엄청난 경제위기를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팀을 꾸린다. 국가부도의 날까지 일주일을 촘촘하고 긴박하게 전달한다. 자연재해로 가정이 몰락하고 사회가 무너지는 작품은 수차례 봐왔다. ‘국가부도의 날’은 일종의 재난 영화다. 재난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과 긴박감을 자랑한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는 한시현과 이를 발판으로 정계 판을 바꾸려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사태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윤정학(유아인), 평범한 시민의 대표격인 갑수(허준호)의 상황을 나란히 보여준다. 젊은 세대들은 교과서에서나 접했던 IMF를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중산층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 안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모든 탓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현실은 씁쓸하다. 감정이입은 되지만 거기까지다. 영화는 각 계층의 비교되는 상황을 나열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진 못하다. 경재 용어가 남발하고 후반부 IMF 협상 과정은 대부분 영어 대사이다 보니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전개 과정도 평이하다.

다만 배우들의 협연은 훌륭하다. 김혜수는 여성 원톱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한시현을 연기한 김혜수는 영어대사까지 완벽히 소화한다.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한시현의 카리스마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시현의 맞서는 조우진은 이번에도 좋은 연기를 펼친다.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분노 유발자인 재정국 차관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평면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김혜수와 조우진의 팽팽한 맞대결이 백미다. 허준호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니 반갑다. 다만 윤정학 역의 유아인은 홀로 튄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유아인 특유의 연기가 ‘국가부도의 날’에서도 보인다. ‘내부자들’의 조태오가 떠오른다. 과장된 연기가 몰입도를 깬다. 유아인 연기가 불호인 관객이라면 거슬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부도의 날'은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