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의사가 생겼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글(칼럼)을 통해 그를 처음 접했고, 책으로 자세히 알게 됐다. 과문한 탓에 몰랐을 뿐, 알고 보니 그는 이 분야에서는 이미 유명한 사람이었다. 바로 정신과전문의 김병수 원장이다.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라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나는 이런 의견에 반대한다. (중략) 긍정적 생각, 명상과 기도, 감사를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스트레스를 풀고 우울증을 날려 버리는 데는 운동이 제일 효과적이다. 가벼운 우울증상을 앓고 있다면 운동만 꾸준히 해도 치료가 된다. 운동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만큼 효과적이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심폐활량이 늘어나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9월 22일 국민일보 칼럼).’ 김 원장은 무슨 체육과 교수도 아닌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으로 그를 만나고 싶다면 베스트셀러 ‘감정의 온도’나 최근에 나온 ‘감정의 색깔’이 괜찮다. 마음치료 전문가인 김병수 원장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는 ‘자존감’이다. # 지난 추석연휴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K-POP, 아니 한류의 정점이라고 표현할 만한 방탄소년단(BTS)의 UN연설이다. BTS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발표 행사에 참석해, 한국가수 최초로 연설을 했다. “열 살쯤부터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끼워 맞추며 내 목소리를 잃어갔다. (중략)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을 발매하고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전 세계 팬들로부터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 BTS가 아시아나 남미를 넘어 미국 주류 음악시장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데는 ‘메시지’가 큰 역할을 했고, 현재 그 핵심 메시지는 바로 자존감이다.
# BTS UN연설에 하루 앞선 23일,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기라는 타이거 우즈의 미PGA 투어챔피언십 우승이 나왔다.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가, 설명이 필요 없는 극심한 슬럼프를 딛고 5년여(정확히 1,876일) 만에, 개인통산 80승(역대 2위)을 수확한 것이다. 의사로부터 ‘다시 골프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이를 이겨낸 것이다. 많은 뉴스가 쏟아졌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우즈는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동안 많은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때론 절망에 빠졌으며 그 과정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한 인생을 살지 않았나 반성했다. 다시 골프를 하게 되면 절대로 아버지나 엄마나 에이전트나 나이키 같은 스폰서나 자선 재단이나 팬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골프를 하겠다고 했다(9월 24일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내 자신을 위한 골프. 이것도 따지고 보면 자존감의 발로다. # 그렇다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중요하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겠지만 짧은 이 칼럼의 결론을 소개하면 ‘몸을 움직이자’이다. 다시 김병수 원장의 얘기로 돌아가자. 첫 단락에서 인용한 칼럼의 제목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다’이다. 그는 신작 ‘감정의 색깔’에서 아래와 같은 그림 하나를 제시하며 이렇게 말한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마음만 독하게 먹는다고 키워질까? 바닥에 깔려 있던 자존감이 상담을 받으면 벌떡 일어날까? 그렇지 않다. 자존감은 나를 벗어나, 가치 있는 활동에 전념할 때 비로소 커진다. 재미없고, 고통스럽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에게 특별한 그 무엇을 향해 온몸으로 다가갈 때 자존감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마룻바닥을 대패로 깎을 수도 있고, 창문을 닦을 수도 있고, 걸레로 테이블을 닦을 수도 있다. 몸을 굽혀 아래로, 아래로 향하더라도 ‘가치 있는 일에 몸을 써서 헌신하고 있다’는 체감이 쌓여야 자존감도 커진다‘라고.
# 맞다. 자존감이 떨어졌다면 웅크리고 힘들어할 것이 아니라 먼저 몸을 움직여야 한다. 땀이 흠뻑 날 정도면 더욱 좋다. ‘김밥 파는 CEO'로 유명한 김승호 회장은 사업실패로 인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운동으로 이를 극복했다. 독일의 유명한 외무부장관이었던 요슈카 피셔도 마라톤으로 이혼의 아픔을 이겨냈다. 하다못해 영화 속 ’포레스트 검프‘도 힘들 때 무작정 뛰었다. 이런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정말 많다. 혹시 당신이 지금 뭔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잠깐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운동이면 더욱 좋고, 아니면 집안청소나 다른 그 무엇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일에 열중해보자. 이것이 얼핏 우리네 삶과는 멀어 보이는 우즈의 재기나, BTS의 쾌거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몸의 영역인 체육의 가치이기도 하고.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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