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대구에 사는 주부 강모 씨(39)는 유난히 사춘기가 빨리 온 초등학생 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다른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샀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도 키가 또래 아이보다 훨씬 컸고 성숙한 이미지를 풍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아이가 조금씩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활달했던 성격은 점차 내성적으로 변했다. 강 씨는 사춘기가 지나치게 빨리 오는 ‘성조숙증’인 경우 키가 제대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인근 성장클리닉을 찾았다.

외모를 ‘스펙’으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아이는 물론 부모들도 큰 키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성조숙증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 과다분비로 2차 성징이 여아는 8세 미만, 남아는 9세 미만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발달이 신체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아이들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청소년기에 이성의 발달보다 육체적 성숙이 앞서면 우발적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 성호르몬이 조기에 분비되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인이 된 후 최종키가 작아질 수 있다. 또 성호르몬에 장기간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유방암이나 조기폐경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

환경호르몬, 영양 과잉공급, 스트레스 등은 성호르몬 분비량을 늘려 성조숙증을 유발한다. 패스트푸드·달걀·사골국 등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비만이 오게 되고, 이런 경우 체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 성호르몬을 자극한다. 콩으로 만든 식품은 식물성 여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 함유돼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아이의 키를 1㎝라도 더 키우고 싶다면 성호르몬이 아닌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야 한다. 또 환경호르몬 노출을 최소화하고 콜레스테롤 및 지방이 많은 음식을 삼가는 게 좋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도와야 한다. 가족간 불화나 갈등, 학업스트레스 등은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성장뿐만 아니라 아이의 정서적 측면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관리가 필요하다. 숙면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유도하므로 늦어도 오후 10시 이전까지는 잠자리에 들게 해야 한다.

하루에 30~60분 동안 땀이 흐를 정도로 걷기나 달리기·줄넘기·제자리뛰기·자전거타기·축구·농구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비만 관리 및 성장판 자극에 도움된다. 무리한 운동은 관절에 무리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아이가 성적 자극을 많이 받으면 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질 수 있으므로 TV, 영화, 인터넷을 통해 선정적인 영상이나 이미지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성장클리닉 한의원 하이키 대구점 김지혜 원장은 “만 8세 이하 여아가 가슴에 멍울이 잡히거나 통증이 나타나고, 만 9세 이하 남아의 고환이 2.5㎝ 이상 자랐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한다”며 “성조숙증은 빠른 치료가 중요하므로 전문병원을 찾아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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