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후보검증 등 ‘이사회 역할 강화’ 배제
6일 금융당국이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은 기존 항목을 모아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적용대상 금융기관 확대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의무화 정도다. 특히 제왕적 최고경영자(CEO)의 과도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이사회의 역할 강화는 흐지부지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사회 역할 강화를 통한 경영진 견제기능 내실화’를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실패는 일반 기업과 달리 금융시스템의 직접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들어선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논란이 발생하는 등 지배구조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 역할 강화를 위한 주요 내용은 비상설ㆍ임의 기구인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 위상을 높이고 ▷CEO 승계계획 수립 ▷상시적인 CEO 후보군 관리 ▷CEO 후보 추천(후보 추천 시 검토 의견ㆍ절차의 이사회ㆍ주총 보고) ▷CEO 후보 검증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범 모범 규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명시된 것 외에는 하지 못하는 포지티브 규제는 여전하다. 모범 규준의 사외이사 자격 요건에는 금융, 경제, 경영, 법률, 회계, 언론 등 관련분야에 전문지식이나 실무적 경험이 풍부한 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네거티브(원칙 허용, 예외적 금지) 규제로의 전환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관련, 주주제안권 행사요건을 완화하려 했으나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추천 요건을 당초 6개월 이상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서 1만분의 10으로 낮추려 했다. 모범 규준에는 요건(1만분의 50)이 기존 그대로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마련한 모범 규준의 핵심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작성과 공시 의무화다. 지배구조 운영실태에 대한 시장 감시 활성화 여건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지배구조 공시를 강화하고 시장에 의한 통제가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회사의 지배구조 정책(지배구조 내부규범과 윤리강령 등)과 이사회ㆍ이사회 내 위원회 등 각 기관의 역할ㆍ책임, CEO와 사외이사 선임기준 및 절차, 이사회 구성ㆍ활동 등이 담겨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회사 입장에선 공시 부담이 늘어났다. 중복 공시 우려까지 제기된다.
금융회사는 이사회 등이 소집된 경우 사외이사 자격요건과 이사회 안건, 사외이사의 참석 여부, 찬반을 다음달 15일까지 공시해야 한다.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는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공시하도록 하고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주주총회 소집 통지일에도 같은 내용의 공시를 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같은 공시다.
금융회사는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돼 있는데, 사외이사가 아닐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 사실을 즉시 공시하도록 돼 있다. 앞으로는 이런 예외공시를 연차보고서를 통해서도 공시해야 한다.
조동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