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39.6도·홍천 41도 아프리카·동남아보다 더 뜨거워 올 1월엔 영하 17.8도로 ‘한파’ 기록 극한기후 빈번…서울 연교차 57.4
‘여름에는 펄펄 끓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는 한반도’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두 극단이 우리 앞에 현실이 되고 말았다. 최근 수년간 폭염의 긴 여름과 혹한의 긴 겨울이 반복되면서 봄과 가을이 갈수록 짧아져 대한민국에 ‘뚜렷한 사계절’이란 수식어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됐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이 맹위를 떨친 지난 1일 강원도 홍천은 41도, 서울은 39.6도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111년 사이 최고치다. 홍천은 우리나라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 전날 열대지방에 위치한 베트남 다낭이 34.6도, 이집트 카이로 36.8도, 튀니지 젠두바가 37.6도였다.우리니라가 동남아나 아프리카보다 더 더웠다는 얘기다.
서울은 지난 2일밤 최저기온이 30.4도로 전날의 30.3도 기록을 깨면서 이틀 연속으로 밤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를 기록했다. 서울 외에 인천(29.5도), 청주(28.9도), 동두천(27.8도), 춘천(27.6도), 홍천(26.9도), 철원(26.2도) 등도 밤 기온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은 밤 기온이 25도가 넘는 열대야가 이날로 16일째이고. 부산은 20일째, 여수는 19일째, 광주와 대전은 각각 17일째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서울의 일평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치솟는 날이 2008~201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2.7일로 1998~2007년 동안의 연평균 0.5일에 비해 5배이상 늘었다. 특히 2012년에는 7일이나 됐고, 2016년에는 11일이나 됐다.
이번 더위도 2016년 폭염과 마찬가지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정체돼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되는 ‘열돔현상’이 원인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폭염을 부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반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폭염이 한반도의 여름 모습이라면 혹한은 겨울의 또다른 모습이 됐다. 2016년 1월에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올 1월에는 영하 17.8도의 역대급 한파가 닥쳤다. 북극 주위를 빠르게 돌며 한파를 가둬두던 제트기류(폴라 보텍스)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약화돼 북극한파가 풍선 바람 빠지듯 한반도까지 흘러나온 때문이다. 지구는 뜨거워지지만 겨울이면 오히려 최강 한파가 닥치는 ‘온난화의 역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74도 올랐지만 한반도의 경우 이보다 2배 가량인 1.5도나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의 최일선에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혹한과 폭염이 교차하는 서울의 올해 연교차는 57.4도에 달한다. 연교차 통계작성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의 연교차가 50도를 넘었던 해 가운데 40%가 2000년 이후에 집중됐다. 혹한과 폭염이 갈수록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 1월 영하 27도의 기록적 한파를 겪었던 홍천은 연교차가 무려 68도에 달해 연교차기록도 갱신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패턴에도 변화가 확연하다. 봄·가을은 갈수록 짧아지고 여름은 더 길고 무덥다. 2016년에는 계절의 여왕 5월이 폭염의 달로 바뀐지 오래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subtropical zone)’한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한반도의 기온이 1도 가까이 올랐고 강우량도 200mm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온도가 영상 10도를 웃도는 달이 8개월로 사실상 아열대성 기후다. 지난 80년간 겨울철은 지역에 따라 22~49일 짧아졌고, 봄철은 6~16일, 여름철은 13~17일 길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전문가들은 2060년께면 남한 전체가 아열대 기후권에 들 것으로 예측한다.
온실가스 배출추세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1세기 말 한반도 기온이 현재보다 5.3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폭염과 혹한이 앞으로 반복되고 진동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극한의 폭염과 혹한에 신음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등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우 기자/
dewki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