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7ㆍ30 재보선 대참패 이후 당의 존립 위기에 직면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중심 하에 최소 5개월 이상 비상체제로 가동된다. 동시에 연말 여당과의 예산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특별팀까지 띄워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밀어붙이는 정부ㆍ여당에 맞서기로 했다.

4일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지난 3일간 상임고문단, 중진의원, 초ㆍ재선 의원, 지자체장ㆍ시도당위원장 등 각 단위별로 당 재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 끝에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당초 당 운영과 원내정책까지 모두 챙겨야 하는 중압감에 박 대표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의 정상화를 위해 박 대표가 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 측 관계자는 “최종까지 박 대표가 깊게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당과 원내를 이원화해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냐”며 박 대표의 비대위원장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원내의 박 대표 측근 의원도 “오늘 오후 의총이 열리기 전까지 박 대표는 이미 90% 이상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마음 먹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 대표를 새롭게 뽑는 전당대회를 조기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당내 여론이 결집되면서 박 대표 체제의 비대위는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한길ㆍ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여서 전당대회도 같은 시기 열릴 예정이었지만 현재 이보다 빠른 1월 이후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소 5개월 이상 비대위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당에서는 이 비대위가 운영되는 기간을 20대 국회의원 선거 패전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보고 대대적인 혁신방안 도입에 주력할 방침이다.

문제는 당이 하드웨어 개선에 열중한 나머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다듬을지 로드맵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그간 당에서 제시했던 정책 키워드가 대부분 약화된 마당에 새로운 정책 대안에 대한 우려가 따르고 있다. 장병완 전 정책위의장은 “선거패배로 우리가 국민과의 소통에 부족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민의를 어떻게 제대로 파악할지 방법을 먼저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 카드를 내놓기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이 지금까지 강조했던 ‘민생’과 ‘가계소득 중심의 성장’ 등은 모두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활성화 방안에 흡수된 상황이다. 여기에 청와대와 새누리당까지 중점 처리할 경제활성화 법안 19개를 제시하며 당ㆍ정ㆍ청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달 중 ‘풀뿌리경제성장’을 키워드로 한 입법정책 TF를 결성하기로 했다. 이는 당장 올해 연말 국회에서 여야 간 예산경쟁이 예고돼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이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제시한 가계소득 신장 등을 정부ㆍ여당이 차용하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낙수효과가 뿌리내리지는 못했다”며 “연말 예산반영을 염두에 두고 풀뿌리경제성장 일환으로 교통비ㆍ통신비 등 생활비 감소,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