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낙관론 대신 구체적인 메시지 극지 고립생활 균형감각·인간미로 극복 “지구 온난화로 소빙하기 현상발현 억제”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리더의 평소 덕목은 ‘정직’입니다. 리더가 정직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당시에는 그냥 넘어가지만 위기가 닥치면 리더 곁을 안 지킵니다.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윤호일 극지연구소장은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18’의 특별강연자로 나서 남극대륙 탐험대장으로서 세종기지를 20년 동안 이끌어온 ‘리더십’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전했다.
‘새로운 미래, 초연결시대’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서 윤 소장은 갑작스러운 ‘블리자드(땅에 쌓인 눈이 강풍에 휘날려 일어나는 눈보라)’의 출현으로 표류하다 극적 으로 구조된 강천윤 부대장과 2명의 대원 이야기를 전했다.
윤 소장은 “그들이 통상 한계시간으로 여겨지는 48시간을 넘어 52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강 부대장의 리더십 덕분”이라며 “그는 죽음의 공포에 떠는 대원들에게 계속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상황에서 리더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구성원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당시 강 부대장은 ‘여름 블리자드는 만 3일 간 지속되니 그만큼만 버티면 우리는 살 수 있다’, ‘같은 상황에 빠졌던 다른 나라 대원들도 만 3일을 버티고 구조된 적이 있다’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자신감있게 대원들을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뒤처진 구성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균형감각’과, 부하를 향한 리더의 희생정신인 ‘사람냄새’를 리더십의 또 다른 주요 덕목으로 꼽았다.
윤 소장은 “남극 세종기지 16명의 대원은 1년여의 시간을 폐쇄된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 시공간적 제약 때문에 대원들은 점점 예민해지며 그 중 유독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러나 죽을 만큼 아파도 기상 조건 때문에 문명사회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 남극”이라며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과도 정해진 시간을 함께 보내야하기 때문에 리더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책하고 야단치기보다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기 위해 인내하며 노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소장은 이날 ‘미지의 세계’에 가까운 남극의 미래가치에 대해서도 다양한 흥미로운 소식들을 전했다.
그는 “세종과학기지 앞 맥스웰만의 수심 100미터 빙하 해양 퇴적물을 분석해 지난 2000년 동안 남극에 500년 주기의 소빙하기가 네 차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오늘날 이미 소빙하기 영역에 있는 극지방에서는 인간의 산업 활동에 의한 인위적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자연주기적 소빙하기의 현상이 억제돼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인간에 의한 인위적 온난화의 영향이 줄어들면 시기나 지역에 따라 소빙하기에 나타나는 혹독한 기후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강한 자외선과 극심한 기온 변화 등 극단적 환경에도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극지 생물들을 이용한 다양한 소재 개발 성과도 소개됐다.
윤 소장은 “결빙방지 물질을 줄기세포나 혈액의 냉동보존 등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남극의 생물자원 중 남극해양미생물, 이끼류 등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특정 성분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항산화 기능이 뛰어난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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