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가속화 - 소비부진, 가계부채로 우려로 금통위 금리인상 어려워 - 반도체 중심 산업구조로 ’고용없는 성장’ 탓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국내총생산(GDP)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도 전체 고용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용 유발 효과가 다른 제조업에 비해 크지 않은 반도체 산업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허약해졌기 때문. 오는 12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앞서 나올 고용 지표가 여전히 부진할 경우 금리 인상이 늦춰지고 외국인의 ‘셀코리아’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기준 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역전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6월 한달에만 1조3000억원 가까이 빠져 나갔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2300선을 허망하게 내줬다. 미 연준이 올해 4회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오는 12일 열릴 하반기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8월 기준 금리 인상을 위한 소수의견이 제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고용과 소비부진으로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위험을 불러올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게 금통위의 고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상승해 당초 시장 예상치인 1.6%에 미치지 못했다. 3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높은 물가상승률(2.3%)에 따른 기저효과로 1.5%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1분기 실질 GDP가 전분기 대비 1.0% 성장하는 등 경제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5월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7만2000명에 그쳐 8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업률도 4.0%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제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고용이 늘지 않다보니 지난 1분기 가계부채는 1500조에 육박했고 5월말 기준 국내 은행 연체율은 0.62%로 1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고용 없는 성장의 한 요인으로 우리 경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2016년 이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영향을 받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상장 기업의 순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은 증시에서도 확인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초부터 최근까지 대형 IT 7개 기업의 주가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연 10.8%씩 올랐지만 나머지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은행 예금 이자 수준도 안되는 연평균 2.0%에 그쳤다”면서 “주식시장에 ‘반도체 착시’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ㆍ전자 업종의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전기전자 업종의 고용유발계수는 4.3명으로 1차금속(3.8명) 석탄ㆍ석유(1.3명), 농림수산품(4.5명) 등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고용유발계수란 10억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할때 직ㆍ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를 말한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등 전기전자 제조업은 이익이 나면 기계를 들여 자동화를 진행하지 고용을 크게 늘리는 산업이 아니다”며 반도체 중심 성장이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산업 구조적으로 고용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을 막을 금리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전날 발표되는 국내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 수준이 아니라면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