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유통사를 출입하며 다짐했다. ‘혜택’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소비자 덕에 판매자가 돈을 벌면서 소비자에게 큰 수혜를 베푸는 양 ‘혜택’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게 영 이치에 맞지 않아 보였다.
해가 가고 금융으로 담당 부서를 옮기면서도 ‘혜택’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했다. 그 출처는 주로 카드사였다. 어느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얼마 할인이라는 ‘혜택’이, 행사 기간동안에는 몇 개월 동안 무이자 할부라는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 ‘혜택’을 최근 금융 당국에서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흔히 카드 업계에서 ‘사장님 카드’라고 불리는 특정 인기 카드들에 일명 ‘혜택 몰아주기’가 이뤄지지는 않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26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전업계 카드사 대표들간 간담회에서도 ‘혜택’이 대화 주제가 된다. ‘마케팅 비용’ 얘기다.
매년 그 규모를 불리는 마케팅 비용은 카드사에도 부담이다. 마케팅 비용은 흔히 가맹점에 나가는 할인, 무이자할부 등의 지원 비용과 회원모집 비용을 통틀어 말한다. 그 규모는 2015년 11조원을 넘어 계속 상승세를 그리다 지난해 12조원까지 넘어섰다.
회원모집 비용을 빼고 가맹점 지원 비용(할인, 무이자할부, 포인트, 시즌별 마케팅 등)만 산정해봐도 규모가 2016년 이미 7조원을 넘어섰다.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면 불만이 적겠지만, ‘빈익빈 부익부’는 여기에서도 확인된다. 대기업 계열 대형가맹점 위주로 ‘혜택’이 돌아간다. 대형마트 1.8%, 주유소 1.5%, 통신사 1.8% 등 대형가맹점들은 2% 안팎의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사실상 절반은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으로 지원받는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7개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2조7000억원 중 대형가맹점에 지원된 마케팅 비용만 해도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형가맹점과 0.3~0.5%포인트 정도 적은 수수료율을 부담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마케팅이 지원되는 경우가 드물다.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곡된 수익구조와 대기업 편중 지원이란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어느 카드사 하나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 일종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마케팅을 활발히 하는 타 카드사와의 경쟁에서 뒤진다는 불안을 떠안아야 한다. 카드사 사이에서 “업계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수 없다면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이라도 줬으면 좋겠다”는 자조까지 나올 정도다.
이날 최 위원장과 카드사 대표들간 만남이 ‘마케팅비용 가이드라인’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표들을 테이블에 불러모아놓고 마케팅 비용 ‘단속’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는 못내 아쉽다.
마케팅 비용도 결국 카드사들의 영업 수완이고 경영 방침이다. 당국이 나서 구체적인 영업 방침에 대한 자제 등을 운운하는 모습은 관치로 비춰질 수 있다.
올해 카드사 수수료율 재산정 과정에 이미 회계법인과 학계 관계자, 카드 업계 관계자까지 참여해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포함시킬지를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수수료율이라는 기본 틀에 녹여낼 수 있는 작업이다. 수수료율을 세밀하게 설계하면 대기업 편중식 마케팅의 부작용을 덜어낼 수 있다.
금감원이 들여다보는 일명 ‘사장님 카드’ 단속도 상품 출시 전 약관심사 등으로 충분히 과도한 마케팅인지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당국은 카드사의 상품 비용률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기존에 마련된 감독안으로도 출혈 마케팅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
‘마케팅 비용’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힘든 매력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카드사들이 마케팅에 ‘혜택’이란 단어를 갖다 붙이는 이유다. 소비자 여건에 맞게 할인이나 할부, 포인트 적립 등의 서비스에 눈이 가는건 당연하다.
마케팅 비용을 자로 키 재듯 단순 산정해 제재를 가하면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로 인기인 카드들이 단종되거나 서비스 축소 등으로 돌아올 여지가 크다.
카드사,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혜택’은 세밀한 감독과 심사에서 출발한다. 대표들을 불러모은 테이블에서 단순히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