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ㆍ노바티스 등 1분기 130조원 규모 M&A -신약개발 위해 ‘M&A 윈윈’ 선택한 제약업계들 -일각 “시장 독점ㆍ바이오 생태계 파괴” 우려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글로벌 빅파마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분기에만 130조원 규모를 성사시키며 벌써 지난해 전체 M&A 수준을 넘어섰다. 신약개발 가능성을 가진 바이오벤처를 감별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앞세워 인수합병으로 신약개발의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술력이 일부 글로벌 빅파마들에게만 집중되면 자칫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케다, 역대 두번째 ‘빅딜’ 성사=일본 최대 제약사 ‘다케다약품공업’은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460억파운드(약 70조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닛케이 신문과 블룸버그 통신 등은 다케다가 8일 샤이어 인수를 공식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기업이 지금까지 한 인수합병 규모 중 최대 규모다. 제약업계에서는 역대 두번째다. 지난 2000년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당시 ‘워너 램버트’사를 1120억달러(120조원)에 인수한 것 다음이다.

다케다는 그동안 샤이어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왔다. 5차례나 인수액을 제시하며 강한 구애를 했고 지난달 25일 최종 제안액은 주당 49파운드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이번 인수로 다케다는 매출 기준 310억달러(33조원)로 세계 8위 제약사로 10위권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해 다케다 순위는 17위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샤이어 인수로 다케다는 기업가치가 900억 달러(약 97조원)에 이르는 거대 제약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케다의 과감한 투자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희귀질환 분야에 대한 성공 확신 때문으로 분석된다. 샤이어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 특화된 몇 안되는 제약사 중 한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케다는 일본 최대 제약사이지만 현재 보유한 당뇨병 치료제 등 주요 품목들의 특허만료가 다가오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며 “이에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희귀질환 영역을 선점하고자 이번과 같은 큰 건의 인수합병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파마들, 1분기에만 130조원 썼다=글로벌 빅파마들의 인수합병 소식은 올해 들어 거의 매달 들릴 정도로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데이터 서비스 ‘코르텔리스’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발표된 M&A는 총 130조원 규모다. 거래 규모가 명시된 인수 건수는 55건이었다. 특히 130조원은 지난해 성사된 모든 M&A 규모를 합한 116조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한 분기만에 한해 성사된 M&A 보다 많은 인수합병이 이뤄진 것이다.

라이선스 딜(기술수출 거래) 역시 상승세였다. 거래 금액이 발표된 건수는 65건으로 전년과 유사했다. 하지만 전체 가치는 25조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36.5% 증가했다. 라이선스 딜 평균 규모도 3900억원으로 34% 이상 증가했다.

1분기 이뤄진 주요 M&A로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가 혈우병 치료제 및 희귀혈액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베라티브’와 새로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인 ‘아블린스’를 인수하는데 20조원 이상을 투입한 것이다.

‘세엘진’ 역시 면역항암제인 CA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주노 테라퓨틱스’를 10조원에 인수했다. 또 세엘진은 JAK2 억제제를 이용한 골수섬유증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임팩트 바이오메디신’을 8조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룬드벡, 보스톤 사이언티픽, 머크 등이 자사 파이프라인과 병용요법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후보물질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던 한국콜마가 매출 5000억원대의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제약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자기들이 가진 파이프라인을 보강하거나 또는 새로운 분야로의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이라는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은 좋은 후보물질 또는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를 찾아내고 감별해낼 수 있는 능력에 자본력까지 갖췄기에 앞으로도 이런 인수합병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양날의 칼, 시장 독점 우려도=이런 인수합병은 글로벌 빅파마와 인수되는 바이오벤처 모두에게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바이오벤처의 경우 기술과 이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구현해낼 자본력이 부족하다. 신약개발은 10년 이상의 시간과 1~2조원의 비용이 드는 어려운 길이다. 규모가 작은 바이오벤처로서는 도저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빅파마는 이런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반면 글로벌 빅파마는 인수합병을 통해 초기 후보물질 발굴이나 초기 임상 등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자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에 적용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분야를 개척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신약개발과 관련된 모든 기술력이 자칫 일부 글로벌 빅파마에게만 몰리다보면 신약개발을 위한 바이오벤처들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벤처들은 돈이 되는 치료제에만 집중하고 이를 글로벌 빅파마에 비싼 값에만 파는데 관심을 보일 수 있다.

또 모든 치료제 공급 채널이 글로벌 빅파마에게 집중되면 이들이 시장을 독식할 우려도 있다. 하나 뿐인 치료제 또는 몇 안되는 치료제의 경우엔 제약사들끼리 담합을 통해 가격을 천정부지 올려도 잡을 방법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인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벤처들은 돈만을 쫓다가 다양성을 잃게 되고 벤처 정신을 상실할 수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들도 무조건적인 인수합병보다 바이오벤처 생태계가 꾸준히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지하면서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