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회공헌액 세전이익 10% 과도한 압박, 경영자율 침해 우려 서민 대상 공적금융은 정부 역할 금융사 적정이윤 나야 부실 방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금융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 유도는 시장의 몫이다”.
금융회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대해 학자들은 진보, 보수 등 성향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본지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금융 전문가들의 정책 평가를 종합한 결과, 정부가 나서서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정책은 정답이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며 “금융사보고 돈 벌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하면 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분위기 조성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압력의 형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은행권의 사회공헌금액은 총 4002억원이었다. 세전 이익 대비 비중을 보면 지난 2014년 5.87%에서 2015년 8.15%, 2016년 12.1%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비중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평균치만 봐도 국내 금융사들의 다른 기업들이나 글로벌 금융사들에 비해서도 높다. 바클레이, HSBC, JP모간 체이스 등 굴지의 글로벌 금융사들의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비중은 3년 평균치가 0.79%, 국내 일반 기업들은 3.53%인데 비해 국내 금융사들은 7.88%에 달한다.
타 업종보다 사회공헌 활동에 뒤지지 않음에도 금융권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조가 들어선 것은 최근 금융사들의 이윤 축적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순익은 10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5.6%나 늘었다. 소비자들을 상대로 이윤을 내고 있으니 사회적 책임을 통해 이를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게 현 정부의 금융 기조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민간 기업의 자율성 침해로 볼 소지가 있고, 금융사 부실은 국민부담으로 이어지는 특수성을 감안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의 공공성을 너무 중시하다보면 수익이 나지 않아 부실금융회사가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역시 “소득재분배적 기능은 재정의 역할이고, 금융이 그것까지 떠맡는 것은 아니다”라며 “퍼주기 식이면 금융이 부실화 될 수 있고 결국 납세자들이 그 부실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간 금융사의 이윤을 과도한 것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강경한 어조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민간 금융사들을 ‘돈놀이’하는 대상 정도로 보니, 산업적 측면에서 금융을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 역시 “현재 금융사들은 청년 창업펀드에도 5000억원을 출자하는 등 현재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며 “과도한 개입 때문에 금융산업 발전이 안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책임 강조가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는 로비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기업들에 대해 ‘사회공헌하면 너희가 어려운 것은 봐주겠다’는 이상한 뉘앙스를 풍기는 공존관계 같은게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정부도 금융기관에 손 벌리지 않고 해야 할 일은 추진하고, 잘못은 징계하는 등 공적인 관계를 유지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의 사회적 역할 강조를 위해 세심한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금융사가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고, 환경을 실제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들”이라며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보고 이용하는 등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금융사들은 매우 열정적으로 따라간다”라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에 접근하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공적 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고, 민간 금융을 움직이려면 인허가 제도나 관리감독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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