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월세로 사는 세입자에게 집주인 전화는 언제나 부담이다.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찜찜한 기분은 현실이 된다. 그것도 최악(?)의 상황으로. 바로 경매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렸다 못 갚을 때, 채권자(돈 빌려준 이)가 취하는 행동 중 하나다. 갭투자(전세 끼고 산) 집도 마찬가지.

세입자는 걱정한다. 집주인이 빚을졌나? 얼마나 졌길래. 걱정은 두려움이 된다. 집에서 쫒겨나는건가? 그보다..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나?

힘들겠지만, ‘침착해야’ 살 수 있다. 똑똑한 세입자는 길에 나앉지 않는다. 보증금도 안 떼일 수 있다. TAPAS팀은 지난 6일 법원경매 전문기관 지지옥션의 이창동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최대한 쉽게 소개한다.

쫄면 안 된다

“절대 당황하지 말란 말을 먼저 하고 싶어요” 이 연구원의 첫마디다. ‘경매’란 단어가 주는 공포감. 세입자들이 그 압박때문에 판단력을 흐리면 안 된단 의미다.

가장 먼저 전세 계약 후 받은 확정일자ㆍ전입신고 여부 재확인. 임차인(세입자) 권리 행사를 위한 제일 확실한 법적 근거다.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를 다시 떼본다. 집주인이 빚을 낸 날짜(근저당 일자)가 보일 것이다. 그 날짜보다 내 확정일자가 하루라도 빠르면, 일단 안심이다. 집이 어떤형태로든 처분될 때 집주인에게 돈 빌려준 이보다 내 권리가 우선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점유 여부도 봐야한다. 간단하다. 내가 계약한 전셋집에 살고 있으면 된다.

위 조건을 다 갖추면 세입자는 대항력을 갖는다. 경매 업계에선 ‘쌍권총을 쥐었다’고 말한다. 이 연구원은 “절차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응 방법은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계약 연장” 세입자 보통 2년인 전세기간. 2년 더 살고 싶은데 집이 경매상태다? “그냥 살면 됩니다”라고 이 연구원은 조언한다. 계약 조건 바꿀 게 없다면 집주인에 연락할 필요도 없다. 자동 연장이다. ‘묵시적 갱신’으로 간주하기 때문. 채권자보다 내 권리가 먼저라면 보증금도 떼일 염려 없다. 내가 살고 있는 기간 중에 경매가 성사돼 집주인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게 돼 있다.    

“계약 연장 안 하는” 세입자 우선 배당 요구부터 해야 한다. 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권리신고’다. 살던 집이 제3자에 낙찰돼 주인이 바뀌든, 경매가 실패로 끝나든 일단 신청하는 게 좋다. 해당 지역 경매법원을 찾자.

경매로 제3자 낙찰, 내 집주인이 바뀌었다면보증금 100% 돌려받는다. 세입자가 자기 권리대로 배당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 요구한 배당액 만큼 돈이 안 나올 수 있다. 그 땐 집을 낙찰한 새 집주인이 모자란 보증금을 보전해줘야 한다. 법이 그렇다.

경매가 실패했다면간단히 말해, 경매에 나왔지만 ‘입질’이 없는 경우다. 물론 세입자가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권리는 그대로다. 다만 돈 받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존 집주인이 보증금 주는 건 어렵고, 새 주인도 안 나타난 상황이라서다. 그런데, 이사를 가야 한다면? 이 때도 방법이 있다. 법무법인 고우의 고윤기 변호사 등에게 단계별 자문을 구했다.

내용증명 우편발송 기존 집주인에 보증금 돌려달라는 청구를 한다. 이 때 반드시 우체국서 ‘내용증명우편’을 이용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내용증명 발송 단계 중 내 전세계약이 끝났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자격을 갖춘다. 이사 가더라도 전세 살던 집 등기부등본에 내 권리를 유지하는 수단이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이다. 세입자의 대항력을 유지하고, 보증금 받을 조건을 만들어 놓는 셈이다. 집주인 동의는 필요없다. 집 소재지 관할 지방법원에 신청하면 된다. 약 2주일이면 주인집 등기부에 내 권리가 기재된다. 비용은 등록세와 교육세 3600원, 인지대와 증지대 각 2000원과 송달료 6회분이다.

집주인 재산 가압류 신청집주인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재산 빼돌리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소송에서 이겨도 집행이 불가능하면 승소 판결문은 소용 없어진다.

보증금반환청구 소송 또는 지급명령 신청 가압류 신청 후엔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는 보증금 액수가 3000만 원을 넘더라도 일반 민사소송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 절차도 간략하다. 집주인이 보증금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면, 절차는 더 간단해진다. 소송 대신 지급명령신청을 한다. 비용이 더 싸고 시간도 2~3주면 된다. 이 신청의 효력은 소송 확정판결과 같다. 고 변호사는 “지급명령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신청서만을 검토해 바로 지급명령을 한다”고 말했다.

경매로 나왔을 때, ‘제3의 방법’도 혹시라도 이런 경우. 있을 수 있다. 세입자가 계약 연장 대신 ‘이 집 사버리겠다’는 계획이었는데 경매로 나온 케이스다. 그 땐 세입자의 경매 참여도 가능하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한다.

물론 미리 배당을 신청하는 건 필수다. 그리고 내 보증금만큼의 돈으로 응찰(경매 들어감)한다. 만약 보증금 2억 3000만원이라면 낙찰가를 그 금액으로 정하는 식이다. 낙찰 받았다면 내가 미리 요청해 받게 될 배당액과 낙찰가를 ‘퉁치면’ 된다. 상계신청이다. 다른 이가 낙찰 받아도 괜찮다. 배당을 요구했기에, 보증금 반환은 가능하다.

갭투자 끝 경매도 실패한 경기도 동탄 전세 살던 집이 경매 나오는 계기는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4월 현재, 아주 유력한 ‘경매 유형’이 떴다. 전세-매매가 차이(갭ㆍgap)가 적은 걸 이용해 집을 산 주인들. 내 명의 집은 몇 채씩인데 현금은 없는 그들. 소위 ‘갭투자자’의 집이다. 이런 집은 오르던 집값이 정체하거나 떨어지고, 전셋값도 내릴 때 위험해진다. 세입자에게 줄 돈이 모자라거나 없기 때문.

현재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엔 이렇게 접수된 경매사건이 59건이다. 경기도 동탄신도시 아파트다. 기록상 집주인은 임 모씨 1명. 모두 전세입자가 있는 집이다. 보증금은 평균 2억 4700만 원.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80%수준이다. 주인이 집값 20%만 내고 매입했단 뜻이다. 갭투자다.

현재 시세를 조사해봤다.

59채 중 49채의 매매가는 1년 전보다 평균 1020만 원 떨어졌다. 59채 중 58채의 전셋값이 1년 전보다 평균 3520만 원 떨어졌다. 경매가 성사된 건도 드물다. 59채 중 56채가 취하 또는 기각됐다.

이 연구원은 “이 물건들은 낙찰이 안 됐으니 경매를 통한 매각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평했다. 그는 덧붙였다. “갭투자자들이 작년 말∼올해 초 집을 팔았다면 돈 많이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가율 높은 곳 위주로 위기가 오고 있다. 이런 집들이 언제쯤 팔릴지, 또는 경매시장까지 넘어올지가 포인트다” 이 연구원은 그 시기를 약 6개월 뒤로 전망했다.

 

서울도 위험하다   서울 세입자는 갭투자 집주인 손아귀에서 안전할까. 불안한 곳이 몇몇 보인다. 전세가율 90%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 이 가운데 실 매매가 대비 호가가 올라간 곳이다. 전세가율 높을수록 매매가와 차이가 적다. 소액으로 집을 살 수 있다.

호가가 올랐다는 건 실제 가격보다 비싼 매물이 나와있단 의미다. 차익을 노린, 추가적인 갭투자 기대감(?)을 부풀게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세가율 높은 곳은 강남보단 강북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특히 성북구는 전세가율 상위 10개 단지 모두 매매 대비 전세가 수준이 89% 초과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데이터에 아파트 값 정보 애플리케이션 ‘호갱노노’의 호가 자료를 겹쳐봤다. 호갱노노가 제시한 호가는 최근 한 달 간 매물로 나온 집값 평균이다. 실거래가보다 호가가 높은 단지는 10개 가운데 6개다. 평균 3460만 원 비쌌다.

신규 입주수요가 많은 곳도 조심해야 한다. 전셋값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길음동엔 1년 내 235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짓고 있는 아파트 입주를 내다보고 옆에서 전세 사는 집은 한둘이 아니다.

미리 준비하자 전세입자 대다수에게 전세금은 전재산이나 다름없다. 자칫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갭투자 집주인에 맞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깨끗한’ 집을 찾는 게 제일 좋지만, 쉽지 않다. 요즘은 빚 안 낀 집을 찾는게 더 어렵다. 그래도 등기부를 떼 보고 빚이 집값 60% 미만인 곳을 잡자. 그래야 전세보증금 보장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빚이 60% 넘게 낀 집은 보험가입 불가. SGI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은 집주인 동의 없어도 가입 가능.

전세 계약 하자마자 확정일자 받고 전입신고까지 하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냥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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