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車 A/S부품 18년만에 모비스서 글로비스로 순환출자일감몰아주기 해소도 기아차ㆍ현대제철 주주엔 불리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1999년 3월 현대자동차 경영권이 정몽규 회장에서 정몽구 회장으로 넘어간다. 이어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이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현대차 최대주주가 된다. 2000년 1월과 12월 정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A/S용 부품사업부를 현대정공에 넘긴다. 이해에는 인천제철이 보유하던 현대정공 지분도 기아차에 넘어간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의 탄생이다. 현대정공은 현대모비스로 이름을 바꾼 후 A/S용 ’순정부품‘ 사업을 확장, 매출과 이익이 급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 지분율을 높인다.

[홍길용의 화식열전]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진면목은...뜨거운 부정

2018년 3월28일 정몽구 회장이 지배하는 현대모비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A/S부품 사업부를 정의선 부회장이 지배하는 현대글로비스로 넘기기로 했다. 정 회장 부자는 황금거위를 품은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그룹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게 된다.

정 회장 부자가 사들일 주식은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가진 현대모비스 주식이다. 시가로 5조원이 넘는다. ‘황금거위’를 떼어내기로 한 후 현대모비스 주가는 급락세다. 이론적으로는 39%의 자산을 떼어낸 것이므로 주가도 이번 개편 전 보다 39% 하락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3개사가 팔 지분가치는 3조원대 중반이 될 수 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현대모비스 가치의 39%만큼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는 현재 2조원이지만 3조원에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도 충분하다. 합병에 따른 신주교부일은 7월 말이다.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오를 수록 정 회장 부자의 매각대금의 25%에 달할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자금은 충분하다. 정 회장의 현대제철 지분만 8000억원에 육박한다. 정 부회장은 예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이노션 지분매각으로 약 9000억원의 현금도 확보했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그렸지만, 적어도 현단계에서는 정 회장 부자에게 불리하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체제로 전환하면 금융계열사를 정 회장 부자가 직접 지배해야 한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현대라이프 등 한 두 곳이 아니다. 돈이 많이 든다. 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서는 자사주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분할과정에서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시켜 자회사 지배력을 배가 시킬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유통주식수 대비 자사주 비율은 현대모비스는 2.7%, 현대차는 6%. 기아차는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가장 강력한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데다, 정 회장 부자의 여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1조6000억원이 넘고, 정 부회장의 현대기아차 지분가치도 1조원에 육박한다. 정 회장 부자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현재 장외가 시세로 따지면 그 가치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현물출자와 주식 맞교환 등을 활용하면 그룹 지배회사 지배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금융계열사 지분을 가져오기에도 충분한 액수다. 정 회장 부자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지분만 현대모비스에 투입해도 현재 20%인 총자산 내 자회사 지분비율을 50% 가까이로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굉장히 정교하고 치밀하지만 주주총회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 현대모비스 기존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서다. 실제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전계열사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 주식만이 급등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대주주 지분율은 대부분 30% 안팎이다. 분할합병은 발행주식 3분의 1이상이 참석하고 그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하는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