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압력 아직 부족 판단 美통상압력, 가계부채 등 불확실성 글로벌 통화정상화 가속화는 부담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은 예상대로 ‘동결’이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등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우려가 있지만,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자칫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27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으며 직전 금통위인 지난달에는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금통위는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 결정에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시장은 11월의 금리인상 효과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다, 3월 말 퇴임하는 이 총재가 퇴임 직전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해왔다.

현재 대내외 경제 환경도 금리인상 여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한은의 금리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물가가 여전히 낮은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0%로 2016년 8월(0.5%)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한은의 물가 목표인 2.0%를 한참 밑돈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추가 금리인상을 하기엔 물가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위원은 “아직까지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진 점도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산 태양광 패널,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 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수입 철강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가계부채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45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조4000억원(8.1%) 증가했다. 2년 연속 두자릿수였던 증가율이 3년 만에 8%대로 떨어졌지만 금리 상승에는 취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대에 달한다며 가계부채 위험 10개국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1만여명의 노동자가 실직 위기에 처하고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9.9%까지 치솟는 등 불안 요인들이 산적해있다. 지난해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이달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경기 회복세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금리동결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은 한은으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를 3∼4회로 올려 잡고 있다. 당장 다음달 미국 금리가 1.50∼1.75%로 인상되면 양국의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전문가들은 금리역전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내에서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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