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는 국민이 만든 것” ‘선진경영 3.0’ 거듭나기 초석
총수 부재의 엄중한 현실 앞에 2018년 새해를 맞은 삼성이 파격적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단행된 액면분할로 주주 가치 제고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삼성전자는 연초 협력사 납품 단가를 인상한 데 이어 임직원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체제를 전격 도입하며 상생 경영의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회공헌 사업의 재정비, 사내벤처프로그램 C랩을 통한 창업 생태계 지원 방안까지 더해지며 ‘선진삼성 3.0’을 향한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이 연말마다 일본 도쿄로 건너가 유망업종을 탐구했던 ‘도쿄구상’이 1.0이라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2.0을 거쳐 상생과 소통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삼성 3.0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파격 행보의 절정은 주식 액면분할이었다. 삼성전자는 ‘창립 80년’이래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한 날 주식 액면분할을 발표했다. 액면분할이 시행되면 소액 투자자들이 보유하기 어려웠던 250만원 안팎의 주식이 5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른바 ‘황제주’가 ‘국민주’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오늘날 삼성전자가 이룬 모든 성과가 우리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줬다는 점을 공감하고 향후 성장의 과실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력사와의 상생고리도 새해부터 부쩍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1차 협력사와 납품단가를 협상할 때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해 주기로 했다. 최저임금이 한번에 16.4%나 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와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의 1차 국내 협력사는 600여곳이다.
경영 선진화를 위한 삼성의 파격실험은 기업 내부로도 향하고 있다. 올 초부터 삼성전자는 주당 최대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 운영 중이다.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가 물꼬를 트자 SK하이닉스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지켜지지 않는 팀장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준다는 원칙까지 세워 제도 정착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삼성이 선진적인 제도를 선도하면 다른 기업에 확산돼 경영방식이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는 9만9000명에 달한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기업시민’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며 창업 생태계와 사회공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가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불어넣고자 2012년 도입한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은 창업의 보고로 자리잡고 있다. C랩은 삼성전자 임직원 중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을 선정해 지원하고 최종적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분사를 유도하는 제도다. 실패를 묻지 않기 때문에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2017년 8월까지 C랩을 거쳐간 임직원만 750여명, 2015년 스타트업 스핀오프(회사분할)을 지원한 이래 스타트업 32개를 배출했다. 이들 스타트업은 외부에서 고용과 투자유치를 진행하며 국내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사회공헌 사업도 재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12년 간 그룹 홍보 업무를 총괄하며 ‘삼성의 입’ 역할 수행해 온 이인용 삼성전자 전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단장을 맡으면서 새틀 마련에 분주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선고를 앞두고 이뤄지는 이런 변화에 대한 일각의 의심의 눈초리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전혀 무관한 일”이라 선을 긋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켜나갈 약속인 5가지 경영원칙 중 하나가 ‘고객ㆍ주주ㆍ종업원을 존중한다’”라며 “사내 임직원은 물론이고 사외의 주주, 거래선,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지속적인 상생과 동반성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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