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회견서 개헌·31주기 추도식날 검경국정원 개혁방안 발표 - 검찰과 국정원 기능 권한 축소에 방점… 경찰이 이양받아 - 집권 1년차엔 행정권력 사용· 2년차엔 입법 과제 늘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청와대가 집권 2년차에 입법 전쟁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50%, 대통령 지지율 70%가 청와대의 든든한 ‘뒷배’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안을 마련하라’며 국회 압박에 나섰다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 31주기 추도식이 열린 14일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 두 사안 모두 국회에서 법을 고치거나 새롭게 법을 만들어야만 가능한 사실상 국회의 과제다. 국회와의 ‘밀당’이 문재인 정부 2년차부터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14일 권력기관 개혁방안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의 기본방침은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라 권력남용을 통제하겠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안의 큰 틀은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권한 축소다. 경찰 권한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경찰은 검찰로부터는 수사권을, 국정원으로부터는 대공수사권한을 넘겨 받게 된다.
검찰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기소독점권이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점이다. 피의자가 재판을 받게할 권한인 기소권을 검찰만이 갖는다는 의미의 기소독점권은, 종종 기소를 하지 않으므로써 피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사법적 권한까지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져 왔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통해 기소권을 일부 가지긴 했으나 현재까지 검찰은 사실상의 기소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기소독점권 해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탓이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다.
검찰은 또 수사권한을 대부분 경찰에 넘겨주고, 사건 지휘와 2차 보강 수사, 그리고 특수수사 등에 주력하게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검찰이 할 수 있는 직접 수사 대상은 경제 금융 등으로 제한된다.
국가정보원은 대공 수사권을 경찰청 산하 ‘안보수사처(가칭)’로 넘겨야 한다. 국정원의 명칭은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된다. 조 수석은 국정원 개혁과 관련,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조정권한까지 보유해왔다”며 “이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앞으로 국내정치 및 대공수사에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 파트에 전념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수준의 전문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경찰은 권한과 기능이 확대된다. 검찰과 국정원이 가졌던 기능을 경찰이 물려 받으면서다. 경찰청 산하에는 대공수사를 담당할 안보수사처가 신설된다. 직접 수사권도 검찰에서 경찰로 이관된다. 다만 영장청구권의 경우 기존대로 검찰이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이번 청와대의 발표가 모두 입법 사항이란 점이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의 기능과 조직을 수정키 위해서는 각각 검찰청법, 국정원법, 형사소송법 수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청와대의 발표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논의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역시 대부분 법을 고쳐야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없을 경우 관련법 수정은 사실상 불가능 한 것이 현재 국회의 의석수 구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필요할 경우 정부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은 바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와 지방성거 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는 복안도 내놨다. 현재 국회에선 가동되는 개헌특위에 대해 개헌을 위한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자 정부가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현재의 헌법은 1987년 수정을 마지막으로 30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며 강한 개헌 의사를 표한 바 있다.
집권 2년차 청와대의 변화는 확연하다. 지난해까지 행한 개혁이 주로 국회 바깥에서 정부의 ‘행정권한’을 활용한 개혁이었다면, 새해 들어선 국회 입법을 통해 할 수 있는 개혁으로 개혁의 폭과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한 구상권을 취소했다. 집권 직후인 지난해 5월에는 ‘1호 업무지시’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구성했고,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 4대강 사업 정책감사 등을 지시했다. 이는 모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대통령 권한을 사용한 것이다.
여기에 새해 들어서는 국회 압박을 통한 개혁으로 개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의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기관 개편안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50%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70%다”며 “공수처 신설 지지율도 항상 80%를 유지한다. 공수처가 좌우 진보보수가 아니라 국민 여망이란 것이 확인됐다고 했을 때 개방된 마음으로 논의해주며 좋겠다”고 말했다.
높은 국민 지지율을 바탕으로 청와대가 국회를 압박하는 구도로 집권 2년차 국정 운영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조국 민정수석은 “그동안이 개혁위원회와 각 부처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