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하면 어제까지 담배를 피던 사람도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와 오늘을 다르게 만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새해라는 이유로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해 우리를 둘러싼 외교 안보 환경은 낙관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상황은 2018년이 됐다고 해서 크게 변화할 조짐이 없지만, 우리는 그래도 기대를 갖고 새해를 시작했다. 그런데 새해 첫날,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예상외의 변수가 발생했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그에 대한 협의가 가능하다고 함으로써 남북 고위급회담이 급속도로 성사된 것이다. 비록 평창 올림픽에 한정됐지만, 우리는 이 회담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를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됐다.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은 우리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동인은 김정은의 신년사로부터 발생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직접 평창 올림픽 참가 용의가 있다는 것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말한 다른 내용 역시 같은 비중을 두고 그 실현 가능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비핵화 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같은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의 대량 생산 및 실전 배치를 공언하고 있다. 북한의 회담 대표인 리선권은 비핵화 이야기가 나오자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이야기 하면서 의제화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 참가와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연계될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 역시 미약하다. 북한의 선수단과 대표단이 참석하는 만큼 과거 2002년 한일월드컵 기간 서해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도발 행위의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지만 북한이 계속해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는 핵 및 미사일 실험을 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할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번 평창 올림픽 참가를 조건으로 다른 안보적 사안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올림픽 이후 우리가 대화의 수준을 높이려 할때에는 아마도 한미 훈련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거기에서 다시 예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전략적 계산이 바뀌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인식 역시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한미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은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대화가 만약 시작된다면, 추가적인 유엔 차원의 제재나 미국의 단독 제재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판단한다. 그 상황에서 대화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 북한은 기존 제재에 대한 완화를 요구할 것이고, 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존재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아무런 약속 없이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2018년은 기대는 높지만 가능성은 낮은 한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대북 접근법을 제시한 것은 그래서 평가받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