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위기상황 탈출” 前정부서 ‘억지춘향’이었던 한은, 결국 폐지 기업 구조조정 국책銀에서 시장 중심으로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판 양적완화(QE)’ 차원에서 조성된 자본확충펀드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다. 기업 구조조정 지원에 억지 춘향식으로 참여했던 한국은행이 정권이 바뀌자 제자리로 돌려놓은 셈이다.
한국은행은 28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었지만, 올해 말로 일몰 기한이 돌아오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운영과 관련한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자본확충펀드는 대출 실행 시한이 만료돼 자동으로 폐지된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자본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발권력을 동원, 기업은행을 통해 10조원 한도에서 대출하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금융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책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입은 손실로 건전성이 훼손돼 생길 수 있는 금융 시장의 불안을 대비하기 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 중 하나다.
자본확충펀드는 지난해 4ㆍ13 총선 과정에서 강봉균 전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등 자금이 필요한 곳에만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한은이 차선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당시 한은은 정부ㆍ여당의 요구대로 구조조정 기업에 발권력을 동원, 출자를 하면 영리기업에 출자를 금지하는 한은법을 위반할 수 있어 난색을 나타낸 바 있다.
또 발권력으로 특정기업을 지원한다는 사회적 논란도 있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 후 기업은행을 통해 우회 대출을 하면 법 위반과 사회적 논란을 모두 피할 수 있어 적절한 절충안이었다는 게 당시의 평가다.
하지만 최근 해운ㆍ조선업 등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된데다 국내 경기 회복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자 한은 내부적으로 더는 펀드 운영이 필요하지 않다고 식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금까지 까다로운 대출 조건과 높은 금리 등으로 대출 실적이 ‘제로(0)’인 점도 펀드 폐지에 한몫을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환한 점도 자본확충펀드의 입지를 좁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18일 8개 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성장금융 등이 참여하는 1조원 규모의 모자형 기업구조혁신펀드를 내년 상반기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모험자본을 구조조정 시장에 공급해 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토대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책은행이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정도로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며 “자본확충펀드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 대출실행 시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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