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이성과 감성을 일원화시킨 이른바 전 정부의 ‘원트랙’ 외교는 한국을 백척간두에 서게 했다. 여기에 탄핵정국까지 맞물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7개월 동안 공백상태였던 정상외교를 복원하고 한국외교 입지를 재설정하는 데 주력했다.

文정부, 정상외교 복원ㆍ관계 정상화= 정부에서 무너진 외교를 복원한다는 기치 아래 취임 후 총 7개국을 방문하고 유엔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의 다자회의에 참여했으며, 40개국 이상 나라들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 배치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깊어진 안보 딜레마는 지난 10월 한중 사드협의로 일단락 지었다. 역사문제 해결없이는 외교관계도 없다는 원칙으로 역대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던 한ㆍ일 관계는 역사현안과 외교관계를 분리대응한다는 ‘투트랙’ 전략으로 개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ㆍ미 관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

과제로 남은 신뢰구축= 그러나 과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사드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잇단 입장 변화로 중국은 군사회담을 통한 사드문제 해결없이는 한국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초 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대 연설에 중국을 ‘대국’이라고 치켜세우고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지칭하는 ‘저자세 외교’를 보이면서 까지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한 차례의 방중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ㆍ일관계도 불안하다. 문 대통령은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TF)의 ‘이면합의’ 발표를 토대로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면합의’에 대해 “비공개 협의일뿐 비밀합의는 아니다”며 통상 25~30년의 비밀유지 기간을 갖는 외교사안을 2년 만에 민간조직이 공개한 사실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본 매체들은 연신 한국외교의 ‘신뢰성’을 지적했다.

한ㆍ미관계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재검토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를 자극했다. 마이클 케이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 행위 앞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로 한 2016년 결정을 지지한다”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말했듯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위안부 TF 발표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며 현 정부의 외교행보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韓, 다른 나라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나라 될 수 있을까= 국제사회에서 100% 상호 신뢰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의 아군이 내일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될 수 있는 게 국제정치의 논리다. 그러나 ‘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한다. 보다 자주적 외교를 펼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일단 우리 나라를 더 신뢰할 수 있는 외교판을 만드는 데 고심해야 한다.

특히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간 신뢰형성보다는 주변국 간 신뢰형성이 우선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변국 외교에 보다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서 펼친 저자세 외교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통일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계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ㆍ미동맹이 한국외교의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對北) ‘최대한의 압박과 기여’ 기조 중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북기여 모드로 전환했다간 미국과 중국의 신뢰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한ㆍ일관계의 악화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구도를 부각시켜 우리의 외교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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