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이후 바로 일본으로 출국 日경영진 만나 신뢰 재구축 나설듯 검찰 항소여부·국정농단 재판 촉각
‘롯데 총수일가 경영 비리’ 관련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당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권 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일부 혐의는 유죄로 인정된만큼 연초까지 일본에 머무르며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신뢰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13·19면 26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22일 1700억원대 횡령ㆍ배임 등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후 일본으로 출국했다. 선고공판 하루 전날 장인인 오고 요시마사 전 다이세이건설 회장이 타계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맏사위 자격으로 빈소를 지키며 문상객을 맞고 26일 오전 발인까지 참석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를 비롯한 롯데그룹 수뇌부도 조문을 위해 도쿄에 집결했다.
상주인 신 회장은 장례를 마친 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롯데홀딩스 사장 등 일본 경영진들과 만나 1심 재판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경영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한ㆍ일 일체(一體)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 등 총수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계열사 등으로 이어진다. 경영권의 키를 쥔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일본 롯데 계열사 2곳(20.1%), 임원지주회(6%), 투자회사 LSI(10.7%), 신동주 전 부회장(1.6%) 등이 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은 1.4%에 불과하지만, 종업원지주회ㆍ임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얻어 2015년 대표에 취임했다.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이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언제든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상법은 기업인의 도덕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한국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받지 않는 한 이사 자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대표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한 이후 거의 매주 일본을 방문해 롯데홀딩스의 경영진과 주주,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이 문제삼을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적용된 6개 혐의 중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 씨 모녀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와 서씨 딸에게 ‘공짜 급여’를 준 혐의는 인정돼 유죄를 받았다. 신 회장은 일본 체류 기간 동안 홀딩스 경영진을 만나 일본과 한국의 사법 시스템의 차이를 설명하는 한편, 신뢰를 재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당장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잠재적 위험 요인은 남아있다. 이번 재판에 대한 검찰의 항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별개로 ‘최순실 뇌물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내년 1월 26일에 예정돼 있다.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관련 청탁을 하며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공여한 혐의로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박로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