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연임 이어 상호추천 논란 사외이사들 대거 임기만료 임박 추천권 행사 못하면 영향력 급감 소수주주 이사회 진입가능성 높아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 논란이 일파만파다. CEO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배제시켜 사외이사와의 ’상호추천‘ 구조를 깨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3월 주총에서 회장을 뽑아야 할 사외이사들이 대부분이 스스로 연임 대상 되기 때문이다. 사추위에서 CEO를 배제하면 사외이사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진다. CEO에게 집중된 그룹 인사권이 이사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B와 신한, 하나, NH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사의 사외이사 29명 중 26명이 다음해 3월 정기주총에 맞춰 임기가 만료된다. 사외이사의 재직한도은 6년을 채운 이상경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와 18일 사임한 박문규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제외한 24명은 연임이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사외이사 연임 여부를 정해야 하는 지주사 중 3곳이 올해 말부터 다음해 3월 사이에 CEO 교체 이슈를 겪었거나 해결해야 한다.
CEO와 사외이사 임기 만료 시기가 맞물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사외이사를 2년 임기에, 1년씩 연임해 총 6년까지 할 수 있게 정했다. 사외이사 선임에 CEO의 영향력은 상당한다. 사추위에는 회장이 참여한다. 사추위는 사외이사가 다수지만, 사외이사 본인은 본인을 추천할 수 없다. 결국 CEO의 의결권이 중요하다.
이렇게 이사회에 ‘입성’한 사외이사들은 현 CEO와 차기 CEO 인선을 결정하게 된다. CEO가 연임해야 사외이사들도 연임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결국 그룹 인사권으로 이어진다. 그룹 주요 인사를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CEO를 제외하면 모두 사외이사다. 하지만 사외이사 인사권이 CEO에 달린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CEO의 인사권을 추인하는 정도다.
금융 당국은 최근 하나금융지주 회추위에 김정태 회장이 빠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관치’라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태 회장과의 개별적인 거래 때문에 적격성 논란이 있었던 박문규 하나금융 사외이사는 “터무니 없는 음해성 소문들이 회자되고 있어서 70평생 가꿔온 명예와 기업의 평판에 심각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퇴하기도 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사추위에서부터 시작하는 ‘회전문 인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행 사외이사제는 전직 관료들이 와서 관치의 통로가 되거나 CEO의 영향력에 있는 이들이 ‘셀프 선임’해주는 식의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사추위에 회장이 있으면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기능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당국 관계자도 “사추위에서부터 회장의 영향력이 시작된다는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추위 개혁이 본격화되면서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 등 소수 주주들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 국민연금이 소수 주주 사외이사 후보추천을 지지한 상황이다. 기관투자자들의 동참이 확대된다면 소수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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