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합 묵인하는 대가로 수천만원 뇌물 챙겨 -가격ㆍ업체 미리 선정해 수수료 나눠갖기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시내 도로포장 공사 담합을 묵인하고 이를 도운 공무원들이 대거 붙잡혔다. 이들은 도로포장 업체에게 수천 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뇌물수수 및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시청 공무원 4명을 포함한 광진구청ㆍ송파구청ㆍ은평구청 등 소속 공무원 24명을 수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도로포장 공사를 담합하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건설업자 96명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 가운데 이른바 담합을 주도하고 담합 업체를 관리한 ‘팀장 업체’를 운영한박모(45) 씨 등 3명과 뇌물을 수수한 서울 한 구청의 도로과 계장 김모(50) 씨는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건설업자간 서울시내 각 구청 도로포장공사를 시공하는 업체를 미리 정하고 공사를 독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업체 담합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1인당 150만∼4300만 원의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 업체들은 담합 업체를 관리하는 ‘팀장 업체’를 별도로 만들고 서울시를 8개 구역으로 나눠 누가 입찰에 참여하고 누가 공사를 할지 등을 미리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어떤 업체가 낙찰을 하더라도 미리 정해 둔 ‘관내 업체’가 시공하게 하고, 관내 업체는 낙찰을 받은 업체에 공사 대금의 8%, 팀장 업체에 5∼10%를 떼줬다.
결국실제 시공을 하는 관내 업체는 공사비의 약 80%로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경찰은 “적은 비용으로 공사를 하면서 부실시공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 도로 공사 담합에 참여한 기업은 전체 면허 업체 중 70%에 달하는 325개였다. 그 중 55개의 업체만 실제 시공에 참여했다.
이들은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 회사를 설립하고 미리 낙찰 가격을 예측해 서로 비슷한 가격으로 맞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방법으로 서울시와 시내 구청이 발주한 총 6935억 규모의 도로공사 입찰 중 4888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냈다.
경찰은 서울시에 통보해 적발된 325개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관계자는 “지난 1993년부터 담합 행위가 이어져 온 것으로 파악되지만 2012년 이전 공사는 정부기관 서류와 업체들의 장부가 보존돼있지 않아 증거확보가 가능한 기간만 수사를 진행했다”며 “다른 관급공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