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채용비리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받았지만, 여전했다. 자체 감찰 최종 보고서를 지난 6일 금감원에 제출했지만, 이에 앞서 냈던 중간보고서와 결론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청탁은 있었지만 당락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최종보고서의 요지다. 청탁 여부는 확인됐지만 당락에 영향을 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달말까지 금감원은 시중은행 14곳의 채용 현황 자체 감찰 보고서를 받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 과거 채용 자료가 이미 폐기된 곳도 상당수라는 점도 불신을 부채질한다. 결국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는 검찰의 칼 끝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이광구 행장의 사의 표명으로 우리은행은 차기 행장 선출을 위한 일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은행의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행장추천위원회 참여 여부가 논란이다. 금융당국과 예보의 복수 관계자는 “(행추위에) 들어가도 논란, 안 들어가도 문제”라며 “입장을 정하기가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용 비리와 조직 내 갈등이 표면화돼 ‘경영 위기’를 맞은 우리은행에 최대 주주로서 예보가 행장추천에 관여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 사실상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는 예보가 개입하면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정책과 감독, 금융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다. 은행도 믿지 못하고 정부에 맡겨서 될 일도 아니라는 게 여론이다. 은행은 자생력과 자정능력을 잃었고, 정부는 믿음과 책임을 상실했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 뿐이 아니다. KB금융지주ㆍ국민은행도 윤종규 회장과 노조와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KEB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전 정부에서 일어난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부당인사ㆍ특혜대출 등의 의혹을 받아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고, 노조에서는 현 경영진의 제재를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나섰다.
새 정부의 금융권 인사도 말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친정권ㆍ캠프 출신 인사들을 등용한 게 화근이다. 최근 채용비리를 계기로 한 금융권 사정을 전 정부에서 기용된 고위 인사들을 솎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태가 이러니 심지어 일부 금융기관에선 아예 ‘힘있는 친정부 인사’가 수장으로 와서 조직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바란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채용비리로 드러난 각 은행의 파벌싸움의 원인은 서로 다른 합병 회사 출신간의 알력도 있지만, 조직 내 어느 세력이 어느 정치세력에 줄을 대왔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의 최대 주주인 예보가 차기 행장 선출과정에서 의결권을 갖는 것이야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민간의 자율경영을 위해 의결권을 포기한다고 해도 명분은 존중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금융권 인사에서 정부의 입장과 견해는 암암리에, 불투명한 방식으로 관철이 됐고, 해당 인사에 대한 자격 논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인사에 의결권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바에는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여론의 검증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
이형석 금융재테크섹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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