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실장 출신 첫 조달청장 공정경제·혁신성장 성과에 최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공정경제’,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에 맞게 조달제도를 정비하고 4차 산업 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신시장ㆍ신산업을 견인하는 조달정책수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7월24일 취임해 지난 31일로 100일 맞은 박춘섭 조달청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박 청장은 55조 규모의 국내 공공 조달시장을 총괄하는 집행기관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불공정 조달행위 근절, 일자리 창출, 벤처·중소기업의 지원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박 청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출신 첫 조달청장으로 조달청 안팎에서 남다른 기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산통으로 꼽히는 박 청장은 기재부에서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을 맡으며 정통 예산관료의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2015년 10월 예산실장에 임명된 뒤 지난해 처음 400조원을 넘는 ‘수퍼예산’과 함께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지휘했다.
박 청장은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담당 사무관이나 과장도 외우지 못하는 예산 관련 통계 수치를 줄줄 외우고 다닐 정도다. 또 후배들에겐 온화하면서도 국회의 무리한 예산 요구에 원칙대로 맞서는 의연함을 지녔다.
박춘섭 호(號) 조달청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조달 업무는 일종의 집행·계약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기술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조달청도 함께 변하고 있다. 박 청장은 “조달청의 정책기능 강화를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현재 조달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새로운 제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현 정부 내에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타임테이블을 만들어 올해 말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조달청은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에 맞게 하도급 생산과 담합 등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조달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강화한다. 박 청장은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조달청의 ‘하도급 지킴이’가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 지불 지연·미지급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어 반응이 좋지만 이를 활용하는 정부·지자체는 전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조달청이 개별 기관과 MOU를 맺는 한편, 공공기관 평가에 가점을 주거나 법적으로 이용을 의무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조달청은 불공정 조달행위에 대한 조사절차와 부당이익 환수를 위한 공정조달심의원회 운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불공정 조달행위 및 사건처리 절차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이미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또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기조에 맞춰 공공 조달 제도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했다. 정부 입찰이나 우수 조달 물품 심사에서 고용 창출 우수기업에 ‘신인도 가점’을 기존 최대 5점에서 7점까지 더 준다. 아울러 지난달 임금 체납 기업에 2점 감점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도 감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박 청장은 “공공 조달 과정을 일자리 중심으로 운영해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엔 유리하게, 노동·고용 관련 법을 어긴 기업엔 불리하게 제도를 바꿀 것”이라며 “당장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기업의 매출 향상과 함께 고용 증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느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조달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벤처·중소기업이 6600조원 규모 글로벌 조달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한다. 시장 파이를 키워 국내 벤처·중소기업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청장은 “기술력은 좋지만 네트워크와 정보가 부족해 해외 조달시장 진출이 어려웠던 국내 중소기업들을 조달청이 중심이 돼 해외에 적극 소개하고 납품까지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이를 위해 지난 3월 설립한 ‘해외정부조달 입찰 지원센터’를 활성화하고 미국 등 25개 국가와 정부 조달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어 조달청의 국제 네트워크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청장 취임이후 조달청 내부에 큰 변화가 있었다.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위해 사내 게시판을 ‘익명’으로 전환하 것이다. 박 청장은 “건강한 조직은 시끄럽다는 말이 있듯이 의사소통이 막힘 없어야 건강한 조직, 살아있는 조직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조달업무 외에 인사, 성과 등 폭넓은 분야에서 직원들이 익명으로 의견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정책과 조직 개선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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