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900만 건 중 긴급신고는 15% 뿐 -반말에 욕설까지…감정노동자된 경찰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얼마 전 112종합상황실에 신고가 들어왔다. 한 남성이 해외 왕복 비행기를 예약해야 하는데 항공사에 대신 전화해달라는 것이다. 경찰은 업무와 무관한 사항이라며 항공사에 직접 전화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이 남성은 막무가내로 요구하며 급기야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까지 퍼부었다. 이 신고자가 항공권 예약 문제로 신고한 건수만 13회에 달했다.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항공사에 직접 전화하라는 안내뿐이었다.
#2. 한 중년 여성이 112에 신고하더니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자택 앞에서 진행 중인 건물 공사가 시끄럽다는 것이다. 공사소음 관련 민원은 구청 소관이라는 안내를 경찰이 전달했으나 신고자는 구청장 전화번호를 달라며 막무가내로 항의했다. 신고자는 “경찰이 일을 제대로 하지도 않는다”며 반말까지 서슴치 않았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일 112의 날 60주년을 맞은 가운데 넘쳐나는 민원성 신고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 신고 1900만여 건 가운데 85.2%는 경찰 업무가 아니어서 출동할 필요가 없는 경우이거나 비긴급 신고였다. 실질적인 긴급범죄 신고는 290만여 건으로 전체의 14.8%에 그쳤다.
민원성 신고일 경우 경찰이 관할 기관 번호를 안내해주지만 화를 내거나 욕설을 퍼붓는 신고자 때문에 감정노동 스트레스까지 시달린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긴급신고를 대비해 늘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신고 대부분이 민원성 신고에 그치거나 반말과 욕설까지 섞인 경우가 많다 보니 감정노동자가 된 기분”이라며 업무의 고충을 털어놨다.
경찰은 매년 대형 현수막이나 포스터 등을 통해 올바른 112 신고 문화를 홍보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112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도와주세요. 112! 112를 도와주세요!”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했다. 국민의 위급함을 돕는 112라는 패러다임에서 국민이 허위신고와 민원성 신고로부터 112를 돕는 상호보완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과 관련이 없는 생활 민원은 110번이나 120번, 경찰 관련 민원사항은 182번에 문의해야 한다”며 “허위 및 민원성 신고로 112가 긴급신고에 대해 역량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부 발생하는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협조를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