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제품 국내사가 판매하던 방식 대세 -최근 국내사 간 공동판매 사례 늘고 있어 -빠른 의사결정, 서로의 취약 부분 보완 장점 -국내사 신약 개발 기술력 높아졌기에 가능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제약업계에서 국내제약사 간 공동판매 사례가 늘고 있다. 그동안 국내사들은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던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며 ‘외자사 도매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국내사의 신약 개발 능력이 높아지면서 국내사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토양을 다지고 있다. 더구나 국내사 간 공동판매 사례들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면서 국내사 간 공동판매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한ㆍ대웅ㆍ안국, 다른 국내사와 손 잡아=국내사 간 파트너십 계약은 최근 유한양행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 상징적이다. 유한양행은 주로 다국적사와 손을 맞잡은 경우가 많았다. 유한이 도입한 타사 제품은 ‘비리어드’, ‘트라젠타’, ‘트윈스타’, ‘프리베나’ 등으로 모두 다국적사 제품들이다. 그런 유한이 처음으로 국내사 제품을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와 ‘브렌시스’의 국내 유통 및 마케팅을 담당하게 된다. 원래 이 두 제품의 국내 판매는 삼성의 글로벌파트너사인 MSD가 맡아 왔지만 성적이 좋지 못했다. 두 제품의 상반기 국내 매출액은 4억원 정도에 그쳤다. 유한은 국내 어느 제약사보다 막강한 영업력을 자랑한다. 도입한 제품 대부분이 매출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다. 때문에 이번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도입에 대한 기대도 크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소화기 및 류마티스 내과 분야의 오랜 영업 마케팅 경험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 의약품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웅은 국내사와의 파트너십에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대웅은 LG화학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와, 일양약품이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를 공동판매하고 있다. 특히 제미글로는 국내사 간 파트너 체결로 성공한 대표 제품이다. 원래 제미글로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와 공동판매를 했지만 매출액이 270억원데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대웅과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해 매출이 500억원을 돌파했다.

슈펙트 역시 대웅과 공동판매를 시작한 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슈펙트의 지난해 실적은 3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0%가 상승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대웅의 영업력을 봤을 때 올 해엔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국약품 역시 국내사와의 공동판매를 잘 활용하고 있다. 안국은 JW중외제약과 당뇨병 치료제 ‘가드렛’, 한국피엠지제약과 골관절염 치료제 ‘레일라정’을 판매 중이다. 이 중 레일라의 경우 한국피엠지가 판매할 땐 100억원을 넘지 못했지만 안국과 손을 잡은 뒤 올해는 2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또 보령은 삼양바이오팜의 항암제 제넥솔을 도입해 2015년 64억원에서 지난해 115억원으로 80% 성장시켰다.

서로 부족한 부분 채워주는 ‘굿’ 전략=국내사끼리의 공동판매는 다국적사-국내사의 공동판매보다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빠른 의사결정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영업 환경에선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다국적사의 의사결정은 답답할 정도로 느린 경우가 많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작은 것 하나라도 바꾸기 위해선 다국적사의 경우 대부분 본사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려 업무 진행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국내사끼리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거나 최소화되기 때문에 빠르게 일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사 간 파트너십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기도 하다. 제약사는 각자 가진 장ㆍ단점이 있다. 어디는 순환계 계열 약물이 강하지만 신경계 약물이 약할 수 있다. 또 어떤 제약사는 동네 병의원 영업은 강하지만 종합병원 네트워크는 약할 수 있다.

광동제약과 비만치료제 콘트라브를 공동판매하는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광동은 일반의약품에 비해 전문의약품 영업망이 약점인데 동아에스티가 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공동판매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다국적사의 지나친 이익 챙기기에 지쳐 국내사와 파트너 체결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 보통 도입약을 판매하면 매출의 20~30%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런데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한 다국적사의 경우 수수료를 낮추거나 국내사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내거는 갑질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다.

국내사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약이 항암제이다 보니 처음엔 항암제 영업망이 좋은 다국적사와 파트너십 체결을 고려했다“며 ”하지만 그 쪽 요구사항이 받아들이기엔 터무니가 없어 다른 파트너를 찾게 됐고 말이 잘 통하고 정서가 비슷한 국내사와 손을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사의 높아진 신약 개발 기술력 ‘증명’=이렇게 국내사 간 공동판매 계약이 늘어나는 건 제네릭 위주였던 국내사들이 신약 개발을 통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해석도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복제한 약만 만들다보니 국내사들은 경쟁자였지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개발하는 신약들이 다국적사 제품 못지 않게 좋은 품질을 갖추게 되면서 다양한 파트너를 찾게 됐고 그러다보니 우리와 제품이 겹치지 않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사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사끼리의 파트너십에서는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칫 두 회사 간 사이가 틀어질 경우 서로 공유한 정보나 영업망에 혼선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공동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 간 신뢰“라며 ”자칫 두 회사의 계약이 좋지 않게 끊어질 경우 서로의 시장을 뺏으려는 다툼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