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FTA 개정협상 착수 사실상 합의…다음주 국회 보고 - 美국제무역위 "삼성·LG세탁기로 美산업 심각한 피해" 판정 - "트럼프, 한미FTA 재협상에 '미치광이 전략' 사용 지시" - 미국 우선주의에 커지는 통상압력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이 커지며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과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절차에 사실상 착수하기로 합의한데 이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위로는 북한의 핵 위협이 가중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밖에선 미국의 통상압력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가 내우외환의 격랑에 휩쓸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주도 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장 전략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IT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에 이은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한국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한미FTA(10조5항)는 미국이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에 앞서 한국산 제품은 별도로 심사해 자국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경우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ITC의 이날 피해 판정이 곧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청문회 등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무역 기조를 일찌감치 천명한 만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연간 1조 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 결정은 미 의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시 관련 일자리 손실을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나온 것이어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절차에 사실상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양국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USTR 청사에서 한미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까지 거론하는 등 미국의 통상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양국이 개정 협상 착수를 위한 절차를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농업 등 국내 주요 관련 산업에 미칠 여파를 놓고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합의로 한미 양국은 각각 국내법에 따라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협상 주체인 통상교섭본부는 이번주 추석연휴 이후 국회에 이번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결과를 보고하는 것으로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미 행정부는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FTA 개정 협상 시작 90일 전에 의회에통보해야 하는 만큼, 양국 모두 국내 절차에 속도를 내면 협상이 이르면 내년 초 시작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양국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통상장관 회담을 열어 개정 협상 절차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측 협상팀에게 FTA를 폐기할 수 있다는 이른바 ‘미치광이’ 전술 구사를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올 만큼 한미 FTA 개정에 매달려왔다.
지난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한국은 미국의 6위 상품 교역국으로 양국 간의 무역규모는 1122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한미 FTA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함께 ‘재앙’, ‘끔찍한 협정’으로 부르며 취임 후 재협상과 폐기를 공언했다.
이어 지난 6월 30일 사실상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선언하고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도발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한미 FTA가 단순한 경제 협정이 아닌 양국 안보 동맹의 가교라는 주장도 부각되고 있어, 미국도 무조건강경한 입장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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