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보는 친척들…조언 아닌 잔소리
-스트레스에 고향 안 가는 혼추족 10명중 6명
-“오랜만에 만나서 공통 화제 찾기 어려워” 나름의 이유도
-잔소리 용돈 가격표 인터넷에서 인기 끌기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취업준비생 박모(28) 씨는 추석 연휴 동안 독서실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다. 박 씨는 지난해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다 지난 봄 부산 부모님댁으로 주소를 옮겼다.
박 씨는 “추석 때 큰 집인 우리집으로 모이는 친척들과 최대한 덜 마주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자원했다”며 “친척들이 각자 자식들 이야기하는데 더해 눈높이를 낮춰라, 어디든 일하면 똑같다는 말을 조언이라고 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스트레스다”고 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일가친척이 둘러앉는 자리가 마련된다. 다음달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길게는 열흘에 이르는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긴 연휴에 그간 찾기 힘들었던 먼 친척도 방문 계획을 잡는다. 문제는 명절 때만 보는 친척들이 의도했건 의도치 않건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김모(30) 씨는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뒤늦게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추석이지만 고향 찾는 것을 포기했다. 김 씨는 “삼촌으로부터 ‘석사까지 했는데 취업은 잘 되겠지’라는 소리를 지난 설에 들었다”며 “나름의 걱정을 해주는 것이라고는 알지만 심적 부담이 된다. 취직을 해야 편하게 갈 듯 하다”고 했다.
친척들로 인한 스트레스에 ‘혼추족(나홀로 추석)’ 숫자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구인ㆍ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20대 회원 1190명을 상대로 ‘추석 스트레스’를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인 61.9%가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아르바이트(27.2%)와 “친척ㆍ가족 잔소리(23.4%)”까 주요하게 꼽혔다.
친척들과의 대화 어려운 데에 나름의 이유도 있다. 고등학생 조카를 둔 직장인 이모(38) 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이라 뭐라도 대화를 해보려 해도 공통의 화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대화 없이 어색하게 침묵만 지키는 것보단 뭔가 이야기라도 나누고자 하니 그 나이, 연령대의 가장 공통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이 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고등학생ㆍ수험생한테는 시험 준비 잘 되느냐, 대학생ㆍ취업준비생 조카한텐 학교생활, 취업활동 잘되고 있느냐고 묻는 것 말고는 마땅한 게 없는데 이게 또 막상 당사자들에겐 스트레스라고 하니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이에 잔소리로 들리기 쉬운 막연한 조언ㆍ충고보다는 청년층의 고충에 현실적 도움이 되거나 위로와 공감의 덕담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인기를 끄는 ‘추석 잔소리 메뉴판’에 따르면 대학교 질문엔 5만원의 용돈 가격표가 붙었다. 다이어트와 연애는 10만원, 취업과 연봉은 20만원이다. 결혼과 2세 계획은 각 30만원과 50만원이다.
알바천국이 조사한 20대 청년들이 가장 듣고 싶은 덕담은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29.5%)”인 것으로 나타났다. “늦지 않았어 천천히 해 나가면 돼(17.7%)”,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주저 말고 해(14.2%)”와 같은 응원과 격려가 그 뒤를 이었다.
jin1@heraldcorp.com
<사진1> 잔소리 메뉴판. [사진=사연을 읽어주는 여자]
<사진2> 혼추 이유. [사진=알바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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