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중국 당국이 올 초 롯데마트의 첫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때 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정부의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당시 중국 당국은 위생규정 위반 등 이유를 앞세웠을 뿐 직접적으로 사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젠 중국의 스탠스도 달라졌다. 한반도 사드배치의 불편한 심기를 외교는 물론 경제부문에도 노골적으로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중국 상무부 가오펑(高峰)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한국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엄중한 손상을 주었고 중국인들의 우호 감정도 해쳤다”며 “이는 양국 경제무역 협력의 건전한 발전에도 반드시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같은 으름장은 실제로 우리 경제에 비수가 되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다섯달 동안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333만명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를 기반으로 연간 799만명의 관광객 감소와 함께 관광산업 손실액이 18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른 생산유발손실액은 34조원, 취업유발손실은 40만1000여명으로 추산됐다.

농식품 수출길도 갈수록 막히는 분위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발표한 8월 대(對)중국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8% 감소한 869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3월 -5%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농식품 수출 감소율은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사드 배치 이후 까다로워진 통관ㆍ위생검역 심사 여파가 크다고 하소연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지 진출기업들은 ‘차이나 엑소더스’를 고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예 중국 사업 철수를 준비중인 롯데와 ‘반한(反韓)감정’이 폭발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으로 판매량이 반토막 난 현대ㆍ기아차도 현지사업 포기설이 나올 지경이다. 유통ㆍ석유화학ㆍ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은 뾰족한 수가 없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처지에 사드 배치 포기는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도 힘들다.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응할 유일한 카드인 WTO제소는 무역 전면전을 불사해야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달 WTO회의에서 중국의 사드보복 철회를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청와대에서 신중론을 펴며 이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다분히 후폭풍을 우려한 정부의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현재 한-중관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렵다”며 “중국의 경제보복 수위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도 버거워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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