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이정주 기자]북한이 15일 또다시 북태평양상으로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도발 수위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민감한 건 발사 시기다. 6차 핵실험 12일 만에, 유엔 추가 대북제재 3일 만에, 우리 정부가 대북 인도지원 방침을 발표한 지는 단 하루만이다. 국제사회나 우리 정부의 움직임엔 아랑곳없이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겠다는 북한의 ‘마이웨이’ 선포 격이다.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예측은 있었다. 하지만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벌인 뒤 12일 만에 괌까지 사정권에 들어오는 3700여km 비행거리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핵실험에 규탄, 유엔에서 가장 높은 수위의 대북 제재안을 결의한 지는 불과 3일 만이다. 게다가 하루 전에 우리 정부는 북한에 800만달러 대북 인도지원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우리 정부의 연이은 대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미 구체적인 핵개발 로드맵을 갖고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 사이 제재나 미국 반응 등은 실행을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으로서도 타격이 크다. 원래 유엔 안보리 결의 초안에는 대북 원유 전면 중단이 포함돼 있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최종적으로 30% 수준 차단까지 후퇴했다. 미국의 양보와 중국과 러시아의 방어 등으로 이뤄낸 타협점이나 북한은 도발로 응수, 중국과 러시아의 물밑 노력을 무시한 꼴이 됐다.
미국도 민감하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괌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 본토를 위협하기까지 정해진 수순대로 도발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다.
향후 한반도 정세는 미국과 북한의 전면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미국과 직접적으로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향후 대응도 관건이다. 이번 도발로 인해 중국, 러시아가 북한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게 재차 확인됐다. 대북 압박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양국의 논리도 한층 설득력을 잃을 전망이다. 당장 내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일반 토의 기간엔 한반도 주변국 간 대북 제재 수위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추가 제재 여부도 걸려 있다.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수위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벌이겠지만, 국제사회의 제재가 비현실적이란 판단이 서면 미국 독자 제재 방안을 재차 검토될 수순이다.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전면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카드가 예상된다. 이럴 경우 미국과 중국의 전면전 양상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복잡한 전략과 대책 속에 오는 11월 열릴 미ㆍ중 정상회담은 대북정책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제19차 당대회(10월 18일 개막)를 마치고서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난다. 미중 공조 체제로 대북정책을 유지하느냐, 미중 대결 체재로 전환되느냐의 갈림길이다.
북한이 재차 추가 도발을 벌인다면 좀 더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당분간 추가 핵실험은 쉽지 않겠지만 이번에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추가 도발이 있다면 앞으로 장거리미사일을 한번 더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