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항소이유서… 유·무죄 재판부 판단 집중 분석 박前대통령에 구체적 청탁없고 면담때 ‘승계’용어 거론안됐다 특검의 사실관계 오류 파고들듯 “전선(戰線)이 명확해졌습니다. 이제 해볼만합니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직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것이 유죄 증거고, 어떤 것이 무죄냐에 대해 재판부의 1차 판단이 나왔으니 이를 꼼꼼히 분석해 전략을 수립하면 2심에선 무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1심 판결문은 모두 272쪽에 달한다. 이 부회장 측은 변호인단 교체 보다는 인원 보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2심 전략 역시 큰 틀에선 ‘완벽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3심)은 법률 오인만을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2심은 ‘사실’을 다투는 사실상 마지막 법정 공방이다.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한 특검측 논리의 빈공간과 사실관계 오류 영역을 파고드는 이 부회장 측의 변론이 또다시 치열하게 펼쳐질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 측은 1심에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체적ㆍ명시적 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에 주목한다. 3차례의 단독 면담에서 ‘승계’란 단어가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는 점 등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포괄적ㆍ묵시적 청탁 가능성에 대해선 인정, 이를 유죄 판단 이유로 삼았다. 이 부회장 측은 이 부분을 적극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명확성의 원칙은 법집행 당국의 자의성을 제어키 위한 장치다. 또한 이를 입증할 책임은 특검에 있고, 이것이 입증 안될 경우 이 부회장은 무죄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이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행위가 ‘수동적’이었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했다는 점을 함께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 측은 ‘대가를 기대했다’는 것이 모호하고, 승계작업 자체가 허구며 뇌물공여의 대가로 도움을 받았다는 승계작업 역시 실존하지 않는다고 변론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부당한 이득을 누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인정했다. 더 나아가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 모두의 이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긍정했다. 엘리엇 등 해외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으로부터 이를 방어하는 것이 삼성그룹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재판부 역시 동의한 것이다.
특검이 주장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와의 ‘경제공동체’ 판단 또한 2심에서 양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뇌물죄와 제3자뇌물죄의 범죄구성 요건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단순뇌물죄로 기소한 삼성의 승마지원 부분이 법리오인이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입증이 어려운 제3자뇌물죄 대신, 입증이 쉬운 단순뇌물죄로 기소한 것은 증거 부족 때문이란 설명을 덧붙여서다.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변론기일은 오는 10월에나 잡힐 전망이다. 관련 문서가 수만여 페이지에 이르는 등 분량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또 동전의 양면처럼 진행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재판도 이 부회장측 변론 전략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는 10월초께가 유력하다. 지난 28일 항소장을 제출한 이 부회장측은 이르면 이번주 중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