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속전속결 마무리 그룹 지배력·실적 두토끼 잡아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만 남아

지난해 11월 지주사 전환계획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이 불과 1년도 안돼 ‘속전속결’로 지주사 전환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의 지배력 강화와 실적 향상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쥐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주사 전환과 기업분할 등으로 시가 총액은 두배 이상 불었고 상장 4개사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그룹 지배력은 두배 이상 공고해졌다. 업계는 마지막 관문인 미포조선 지분 정리 방법에 관심을 쏟고 있다.

2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 23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자사 주식 17만9267주를 매각해 보유지분이 ‘0’이 됐다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의 ‘9부’ 능선을 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정 이사장→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ㆍ현대일렉트릭ㆍ현대건설기계ㆍ현대글로벌서비스’ 지배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지난 4월 1일부터 분사됐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분사 및 지주사 전환이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있다. 우선 시가총액이다. 지주사 전환 발표 직전인 작년 10월 1일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7조3340억원이었다. 분사 후 현대로보틱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4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이달 24일 기준 17조9642억원에 이른다. 분할 전보다 기업가치가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분사 후 실적도 좋다. 올해 2분기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는 매출 4조1975억원에 25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4조6292억원 매출에 1517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현대건설기계는 358억원, 현대일렉트릭는 30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주가도 훈풍을 탔다. 올해 5월 상장 이후 현대로보틱스 주가는 저점 대비 30% 이상 뛰었고, 중국 건설경기 활황세 덕분에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건설기계 주가는 22만원대에서 36만원대로 뛰어올랐다. ICT 에너지솔루션 및 전기저장장치(ESS) 등에 주력하는 현대일렉트릭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독려 정책으로 호실적이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의 주력인 조선업도 올해 신규 수주가 작년 대비 크게 늘었다.

정몽준 이사장의 지배력 또한 강화됐다. 과거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했으나 바뀐 지배구조 체제 하에선 현대로보틱스 지분 25.8%를 이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됐다.

이제 남은 과정은 크게 세가지다. 미포조선이 가지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매각이다. 현행법상 지주사는 금융사를 가질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미포조선의 현대중공업 지분 7.98%도 팔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순환고리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구간은 자회사(현대중공업)와 손자회사(삼호중공업), 증손회사(미포조선) 사이의 지분관계 정리다. 현행법상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모두 가지거나 아예 매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삼호중공업은 미포조선 지분 42.34%만을 가지고 있다. 규정 대로라면 삼호중공업은 57.64%의 미포조선 지분을 모두 인수하거나, 아예 매각해야 한다.

업계에선 두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첫째는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을 합병해 미포조선을 증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증손회사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 두번째 방안은 삼호중공업을 상장시켜 미포조선의 나머지 지분 57.64%를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 거의 완성됐다고 보면 된다.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미포조선과 관련한 지분정리 정도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