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후 앉고 싶은 자리 앉고 업무집중 원할땐 1인공간 이용 “수평적 소통?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건 단지 위에서 시킨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 업무 공간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환경’이 ‘일하는 방식’을 정말로 바꾸네요.”
롯데케미칼이 최첨단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해 사무공간의 대변혁을 이뤄내고 있다. 이 회사 사무실에는 고정된 좌석도, 칸막이도 없다. 매일 앉고 싶은 자리를 골라 앉는다. 누구도 3일 연속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없다. 카페 테이블처럼 생긴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이는 수평적인 소통과 창의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4~16층 롯데케미칼 사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로 불리는 거대 장치산업 회사의 무거운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구글 같은 글로벌 IT기업이나 광고기획사를 연상시키는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과 시간 중에도 라운지 소파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는 직원도 눈에 띄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 사옥에 머물던 20년 동안 매출액 24배(2016년 기준 13조2200억원), 영업이익 53배(2016년 기준 2조5400억원) 증가라는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석유화학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근본적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6월 26일 사옥 이전 후 2개월 동안 이곳에 자리한 500여 직원들의 만족도는 현재까지 ‘매우 높음’이다. 일단 고정된 좌석이 없어 분위기가 자유롭다. 출근하면 개인 사물함에 외투를 걸고, 노트북을 꺼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면 된다. 직원들 사이에서 “매일 출근길 아침마다 내 옆에 누가 앉을지 설렘이 생겼다”는 말도 나온다.
보통 창가 쪽 큰 방을 차지하던 임원들은 사무실 안쪽으로 이동했다. “직원들 좌석을 전망 좋은 창가쪽으로 하고 임원들은 안쪽으로 가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시 때문이다. 덕분에 석촌호수와 롯데월드, 멀리 한강까지 보이는 초특급 전망은 직원들의 차지가 됐다.
만약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집중하고 싶은 날이라면 ‘포커스 룸’을 택하면 된다. 독립된 1인 사무공간인 포커스 룸이 28개나 있다. 업무 시간 도중 언제든 자리 이동도 가능하다. 방음이 되는 전화 부스도 15개에 이른다. 칸막이 없는 사무공간에서 전화통화가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회사 측의 세심한 배려다.휴식 공간인 오픈 라운지에는 시원한 통유리 너머 아름다운 전망이 펼쳐진다. 오픈된 회의장소 및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창가를 바라보는 테이블 자리를 차지하고 업무를 봐도 된다. 무선인터넷은 물론 스탠드와 콘센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까지 구비돼있다.
회의실도 넉넉하다. 1대1대 회의실을 비롯한 크고 작은 회의실이 무려 40개에 달한다. 트러스트(Trust), 쿠알라룸푸르, 코발트, 니켈 등 회의실 이름도 직원들 공모로 정해졌다. 14층에는 도서관도 있다. 사무실에서 단 몇걸음만 걸어 나오면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 온 기분이 든다.
직원들과 문화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LC타이탄 등 오랜 해외지사 근무 경험으로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이 스마트 오피스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평적 소통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최영광 롯데케미칼 일반지원부문장(상무)은 “사무실인 만큼 공장처럼 생산성 증대가 수치로 나타나진 않을지라도 직원들 표정이 밝아지고 소통하는 문화로 바뀌어가는 게 느껴진다”며 “임직원들 부모와 자녀 등 가족들이 보고 간 뒤 자긍심을 느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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