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파 빌게이츠 · 고향식당 찾는 버핏 · 소탈한 한끼 저커버그…글로벌 빌리어네어의 소박한 맛집 리스트
[특별취재팀] 식당을 의미하는 단어인 ‘레스토랑(Restaurant)’의 어원은 ‘체력을 회복한다’는 의미의 라틴어 ‘restaurans’다. 그만큼 맛있는 한 끼 식사는 단조롭고 지친 일상에 활력을 준다. 부를 늘리고 지키는 데 모든 정열을 쏟아붓는 세계적인 슈퍼리치들에게도 이 논리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거부라고 해서 매끼니 진귀한 식재료를 이용한 고급 요리나 초고가 유기농식품만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계적인 빌리어네어들이 자주 찾는 식당도 ‘일반인’의 맛집목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금테 두른 식당’이 그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는 건 아니란 의미다. 음식의 맛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지상 최고부자는 ‘저렴한(?)’ 잡식파(派)=세계 최고 거부인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육류부터 생선회까지 즐기는 잡식파다. 그러나 상당히 보편적인 식단을 즐긴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실제 미국의 대형 맛집전문사이트 ‘이터스닷컴(www.eaters.com)’은 시애틀에 거주하는 게이츠 회장을 “최고의 빌리어네어지만 가장 ‘수수하게’ 식사를 즐기는 사람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현지 언론이 공통으로 소개한 게이츠 회장의 단골집은 ‘맨해튼’이란 이름의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다. 2012년 초에 문을 연 이 식당은 그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식당으로 유명세를 탔다. 육류 요리와 칵테일로 유명하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착한 편’이다. 점심식사 값은 평균 10~20달러. 저녁 밥값도 50달러(5만5000원 선)을 넘지 않는다. 780억 달러 자산가의 한 끼 치고는 수수하다. 시애틀의 초밥집 ‘시로’s’ 또한 게이츠 회장의 단골집 중 하나로 꼽힌다. 다. 이곳 마스터 셰프인 시로 카시바는 미국에서 유명한 ‘초밥왕’이다. NYT등 전국규모 언론 등에 소개된 것도 수 차례다. 그러나 메뉴별 가격은 명성에 비해 소박하다. 생선회 20점이 제공되는 식단이 비싼 메뉴중 하나로 꼽히지만 가격은 50달러 수준이다.
▶‘고향 식당’ 찾는 버핏, ‘할머니 식당’ 찾는 저커버그=80대 거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단골집은 그의 고향인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피콜로 피트의 레스토랑’(이하 피콜로 레스토랑)이다. 이름이 말해주듯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이 식당의 공동운영자 도나 시한은 “버핏 회장이 송아지 고기나 ‘치킨 파미지아나(파마산)’를 주로 시킨다”며 “부자 중의 부자도 기름기가 가득한 음식을 즐겨먹는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버터를 넣은 감자구이와 단맛 음료도 버핏 회장이 손꼽는 음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빌리어네어들의 음식을 소개하며 “버핏 회장은 해시브라운과 아이스크림을 띄운 탄산음료(루트비어플롯)를 가장 좋아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의 총애를 받는 음식들 가격은 10달러(1만1000원정도)를 넘지 않는다. 치킨파마산은 8.25달러, 루트비어플롯은 4달러에 불과하다.
워런 버핏은 이 식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식사를 하기도 하고, 그의 투자비결을 배우려는 ‘제자들’도 이곳에서 만난다. 버핏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어린 시절 먹던 고향의 맛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부자 중 한 사람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도 ‘저렴한 식단’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소박한 맛집탐방은 2년 전 결혼식 때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은 신혼여행지 로마에서 예상과 달리 소탈한 식사로 끼니를 해결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정통 로마식 유대요리전문 식당 ‘논나베타(Nonna Betta)’에 들렀다. 이탈리아 어로 풀어 본 식당 이름은 ‘베타 할머니네’ 정도 된다.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부부는 이곳에서 로마 스타일의 아티초크 라비올리(일종의 이탈리아식 만두) 요리와 튀긴 호박, 물 등 간소한 음식을 주문했고, 술은 시키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낸 점심값은 32유로. 당시 환율로 4만7200원 가량이다. 그의 ‘값싼 맛집 여행’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미국의 한 요리전문지는 로마의 ‘피에를루이 레스토랑’을 소개하며 “저커버그 부부는 이곳에서 다른 신혼여행자들과 똑같이 파스타와 해산물 카르파쵸(고기나 생선(회) 등을 얇게 썰어 소스를 친 요리)를 먹었다”고 전했다. 이 식당 밥값도 40유로 선이다.
▶소박한 이탈리아式에서 인도식 팬케익까지=미식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단골집은 그의 대저택이 자리 한 버뮤다 섬에 있다. 뉴욕에서 남동쪽으로 1100㎞ 떨어진 곳이다. 그는 섬 내 ‘루스티코’라는 이탈리안 식당을 자주 찾는다. 이 레스토랑은 10여년 전 생긴 이래 거의 매년 지역 언론의 최고식당 상을 거머쥘 정도로 명성이 높다. 반면 밥값은 상대적으로 소박하다. 메뉴들의 가격 범위는 평균 10~25달러 사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 식당에서 허브로 연하게 만든 치킨과 안심 쇠고기 스테이크를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가장 즐겨찾는 식당은 뉴욕의 작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세트 메조(sette mezzo)’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1989년에 세워진 이 식당은 메뉴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식 값도 현금으로만 받는다. 일종의 장인정신이다. NYT는 이곳을 들른 단골들의 소감을 인용해 “방송에서도 유명한 셰프의 요리를 40달러 수준의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고 소개했다.
인도 최고 거부중 한 사람인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음식에 관한 한 ‘맛 지상론자’다. 인디아타임즈는 그에 대해 “맛있는 메뉴라면 어디서건 즐긴다. 길거리나 고급 레스토랑 등을 가리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잘 가는 식당은 뭄바이의 ‘마이소르 카페’다. 생긴지 78년이나 된 식당으로 여행객들이 “음식은 맛있지만 인테리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리뷰를 남길 정도로 허름한 곳이다. 포브스는 “암바니 회장이 이곳에서 남(南)인도스타일의 요리를 주로 즐긴다”고 전했다. 식단은 ‘울룬두 도사(ulundhu dosa :쌀가루로 만든 인도식 팬케이크의 일종)’등 현지 일반인들이 즐기는 요리다. 2인분 메뉴의 평균 가격은 350~400루피(6000~7000원 선)정도다. 안틸라(Antilia)라고 명명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인 주택(10억달러)에 살고 있는 암바니 회장의 식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