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자영업자·식당 직격탄 원재료값 폭등에 메뉴판 고쳐써

“오이가 1000원에 5개 하던게 요새는 1개 800원 하네요. 재료값, 월세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은 줄고…. 요즘 장사하기 너무 힘들어요.”

지난 9일, 밥장사의 피크타임인 12시께. 서울 보광동 한 식당 주인 윤모 씨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기자가 “요즘 많이 힘들지 않으시냐”고 묻자 “IMF보다 더 최악”이라는 짧고 강한 한마디가 돌아왔다.

이곳은 밑반찬만 10여 가지, 찌개와 조림, 구이 등 13가지 한식 메뉴를 내놓아 일대 숨겨진 맛집으로 통한다. 폐업률이 가장 높다는 식당을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으니, ‘이 구역’에서는 인정받은 손맛이다. 메뉴판으로 눈을 돌리자, 또 다른 손맛(?)이 느껴졌다. 본래 메뉴판을 임의로 고쳐 쓴 티가 역력한 것.

계란말이(6000원)는 반창고의 힘을 빌어 7000원으로 태어났고 7000원이었던 오징어백반과 조기구이의 앞자리에는 반구를 그려넣어 9로 바꾸어져 있었다. 본래의 메뉴판에 누(?)가 되지않으려는 듯 정성을 기울인 티가 역력했다. 찌개는 6000원대, 제육백반과 조림요리가 각각 7000원, 9000원인 것에 비하면 다소 비싸게 느껴졌다.

윤 씨는 “오징어값이 금값이라 한달 전에 올렸다”며 “요새처럼 재료값 비쌀 때가 또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양은 두 명이서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로 푸짐했다.

실제 오징어 시세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7월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집계한 오징어의 ㎏당 도매가격은 87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100원)에 비해 2배 이상 폭등했다. 주요 어장인 동해안에서 오징어 생산량이 감소했고 원양어장에서도 올해 상반기 어획량이 평년의 46% 수준인 4만3000t에 그쳐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계란값도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a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계란 한 판(30개) 가격은 평균 7702원이다. 올해 초 1만원까지 뛰었던 것에 비하면 가격이 안정됐지만, 평년에 비해선 42.3% 높다.

윤 씨는 전형적인 나홀로 자영업자다. 접객과 조리, 계산을 비롯해 가게 운영 전반을 모두 혼자 해내며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시골에서 배추와 고춧가루 등을 공수해 그나마 원재료값을 아끼고 있지만 고기와 채소, 어류, 식용유 등 거의 모든 원재료값이 폭등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3.1% 상승하면서 2012년 1월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aT가 제공하는 ‘주요 농산물 일일도매가격’ 자료에 따르면 최근 주요 25개 농축산물 가운데 20개 품목이 평년 수준을 웃돌았다. 전월과 비교해도 7개 품목을 제외한 18개 농축산물 가격이 올랐다.

윤 씨는 “여긴 원래 달동네인데 이태원이 뜨면서 임대료도 너무 올랐고 5000만원짜리 방 전세가 몇년만에 1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며 “갈수록 장사하기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기불황 속에 포화상태에 이른 음식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자영업 중 외식업종의 폐업률이 속출하고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2005~2014년 개인사업자 신규·폐업 현황을 보면 창업은 967만개, 폐업은 799만개로 집계됐다. 이 중 음식점 폐업은 172만개로 전체 폐업의 21.6%나 차지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