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글ㆍ사진=김아미 기자]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두바이의 6월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것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아있는 마천루다. 이슬람의 옛 모스크 건물이나 중세 유럽의 고딕양식에 하이테크 건축 양식을 접목한 초고층 건물들이 순금을 두른 듯 유리 첨탑처럼 솟아 사막의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2009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 같았던 두바이 건설시장이 최근 중국인 투자자들의 유입 등을 호재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월스트리스저널이 두바이 토지국 조사를 인용한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00여명의 중국인 투자자들은 두바이의 토지, 주택, 상용건물에 3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3배 가까운 증가한 수치다.
건설시장이 살아나면서 완공이 지연됐던 각 건축물들의 공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다를 메워 일군 인공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의 초호화 빌라들이 최초 분양 당시 헐리우드 톱스타들에게 잇달아 팔리면서 화제를 일으킨 데 이어 팜 제벨알리(Palm Jebel Ali)도 분양 열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팜 데이라(Palm Daira) 역시 매립 공사가 한창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로 조성 중인 ‘두바이랜드(Dubai Land)’, 인도 타지마할 궁을 모티브로 한 ‘타지아라비아(Taj Arabia)’ 등도 이르면 올해 혹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가적 큰 위기를 겪으면서도 건축물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않는 데는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두바이 국왕의 막강한 자본력과 추진력, 그리고 세계적 건축회사들이 있었다.
▶인공섬 팜아일랜드…신의 영역에 도전한 두바이 국왕=두바이 해안에서 8㎞ 떨어진 바다 위에는 인공섬들이 있다. 팜 주메이라, 팜 제벨알리, 팜 데이라 등 3개의 인공 섬으로 이뤄진 야자수 모양의 팜 아일랜드(Palm Island)가 그것이다. 두바이 정부 소유의 부동산 개발사인 나킬(Nakheel)사가 바다를 매립해 건설했다. 두바이 해변을 따라 쥬메이라 해안도로(Jumeirah Beach Road)를 달리다 보면 인공섬 위의 화려한 건물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한 채에 100억이 넘는 팜 쥬메이라의 초호화 빌라들은 데이비드 베컴, 마돈나, 타이거 우즈 등 유명인사들이 잇따라 매입하면서 3주만에 분양이 마감되기도 했다.
팜 주메이라는 두바이 국왕 겸 아랍에미리트(UAE)의 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Sheikh Mohammaed bin Rashid Al Maktoumㆍ65)이 영국 유학시절 구상했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2006년 왕권을 넘겨 받은 이후 강한 추진력으로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사시킨 국왕은 두바이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국민들 사이에서는 연예인과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지에서 3년째 생활하고 있는 한 한국인 유학생은 “국가 기념일만 되면 아파트 외벽과 자동차들에 국왕 사진을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할 정도다.
매년 0.5㎜씩 섬이 가라앉고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인공섬을 확장하고 있는 두바이 국왕은 막강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사막에서도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에미레이츠로드(Emirates Roads)를 따라 1억만평 사막에 건설 중인 두바이랜드가 그것. 국왕을 중심으로 디즈니랜드사, 유니버셜 스튜디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두바이랜드는 2004년 착공 이후 두바이쇼크를 겪으면서 주춤했으나 현재 다시 4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8배 규모로 세계 최대 테마파크로 등극할 예정인 두바이랜드는 개발자가 설계 규모를 계속 확장하면서 총 공사비는 75조원으로 늘어났다. 유원지는 물론, 사파리 파크 스키장 등 45개 시설과 55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글로벌 빌리지, 골프시티, 스포츠빌리지 등 일부는 이미 오픈해서 운영 중이다.
건축물에 대한 두바이의 끝없는 욕심은 인도 타지마할을 그대로 베끼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타지마할의 이름을 따 타지아라비아라는 이름으로 진행중인 이 프로젝트에는 10억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갔다. 실제 타지마할보다 3~4배 큰 규모로 지어질 이 초호화 복합 위락단지는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두바이의 마천루를 디자인한 세계적 건축회사들=두바이 국왕의 야심찬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현실로 디자인한 것은 세계적 건설회사들이다.
두바이 도심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주메이라 해변의 인공섬 위에 있는 ‘버즈알아랍(Burj Al Arab)’은 부풀어 오른 돛단배 모양을 하고 있다. 높이 321m(총 38개 층ㆍ한국 고급아파트의 110층에 해당)의 버즈 알 아랍은 1994년부터 1999년까지 5년에 걸쳐 총 15억달러가 투입됐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호텔로 현재 주메이라 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건축설계 및 엔지니어링 회사인 ‘앳킨스(WS Atkins PLC)’의 건축가 톰 윌스 라이트(Tom Wright)가 아랍의 범선 다우(dhow)의 모양을 본 따 만들었으며 하이테크와 포스트모던 건축양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최고층에 위치한 스위트룸이 1박에 2000만원. 호텔을 구경하는 데도 입장료를 내야 한다. 호텔 로비 기둥부터 시작해 내부를 온통 순금으로 도배한 이 건물은 객실 내에 나선형 계단, 칵테일 바, 드레싱 룸, 당구대까지 갖춰 호화스러움이 극에 달한다.
두바이 건축물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건축회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세계적 건축회사 ‘SOM(Skidmore, Owings and Merrill)’이다.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카얀 타워(Cayan Tower), 얄 샤크 타워(Al Sharq Tower) 등의 랜드마크를 빚어낸 SOM은 건축, 공학, 도시 설계, 엔지니어링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종합 건축설계 회사다.
1936년 설립 이후 시카고의 시어스타워와 존 행콕센터, 상하이의 진 마오 타워(Jin Mao Tower)를 비롯한 세계적인 주요 건물들을 설계하기도 했으며, 현재 시카고,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런던 및 상하이 등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는 첨탑을 포함한 높이가 830m(총 162개층)에 달한다. 거대한 나선형 건물이 사막의 꽃을 형상화 한 이 건물은 이슬람 건축 양식을 접목시킨 외관이 인상적이다. 공사비 15억달러를 투입해 2009년 완공됐으며 상업, 주거, 오락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국왕이 주도하고 SOM 소속의 에이드리언 스미스가(Adrian Smith) 설계를 맡았다.
초호화 요트들이 즐비한 두바이 마리나(Marina) 지역에는 SOM이 만든 또 하나의 기념비적 건축물이 있다. 지난해 완공된 카얀타워다. 높이 307m(75층) 맨션으로 구조물 전체를 마치 엿가락처럼 90도로 꼬아놓은 형태를 하고 있다. 비틀린 디자인의 빌딩으로는 세계 최고인 이 건축물에 10억뒤르함, 한화로 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한편 이러한 두바이 건축물들이 ‘중동의 디즈니랜드’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두바이는 오일머니를 들이 부어 높은 건축물을 많이 지으려고만 한다”면서 “라스베가스가 에펠탑 모조품을 짓듯 건축의 장소성과는 상관없이 다른 것들을 흉내내는 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 교수는 “사막이라는 장소적 특성을 무시하고 고밀화된 도시를 만드는 두바이가 같은 에미레이트 토호국인 아부다비와 매우 상반된다”면서 “아부다비는 도시설계를 탄소배출 제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막기후에 맞게 태양광을 이용한 친환경 건물들로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