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부르주아 문명의 공포는 두 이름, 즉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라는 이름으로 요약된다’고 시작하는 프랑코 모레티의 비평집 ‘공포의 변증법-경이로움의 징후들’(조형준 옮김, 새물결)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헤겔과 마르크스, 프로이트, 루카치, 바흐친, 벤야민, 레비-스트로스, 미셸 푸코 등의 철학과 정치학, 문학이론을 경유하며 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 발자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황무지’, 그리고 아동문학 ‘사랑의 학교’(원제 ‘쿠오레’)에 이르기까지 세계 문학은 물론이고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다양한 텍스트를 횡단하는 ‘문제작’이자 지금은 이 책에 담긴 많은 논의들이 ‘고전’으로 평가받는 저작이다. 프랑코 모레티는 이탈리아 출신의 영문학자이자 비교문학자로 스탠퍼드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학자다. 비평집 ‘공포의 변증법’은 지난 1983년 처음 발간됐으며, 국내 완역은 30여년만이다.
이 책은 자유주의에서 금융, 독점체제로 이행되는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 대한 반영과 반응으로서 문학 텍스트들과 그것이 자아내는 공포와 감상, 슬픔의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대중 서사와 역사, 개인성과 사회성, 작가-등장인물-독자와의 관계를 분석한다.
특히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를 통해 19세기 공포의 계보학을 분석하면서 이 두 괴물이 당대 영국 자본주의 동향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밝혀내는 예민한 논리 전개는 발군이다. 프랑코 모레티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이론틀을 자유자재로끌어오면서 ‘억압된 것의 회귀’이자 사회 재통합의 시도로서 공포문학의 기능을 규정한다.
또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대조를 이루는 추리문학에 대한 비평에서는 개인성과 전체사회의 긴장관계를 탁월하게 분석한다.
30년전의 비평모음집이지만 오늘날의 사회와 정치, 대중문화의 관계에 대해 여전히 빼어난 성찰과 혜안을 제공하는 저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