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효과 연구 식의 단순대응 지양 우리가 원하는 협상의 프레임 먼저 제시

美 내부도 이해득실따라 재협상 우려 시각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개선 기회 활용을 통상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박수의를 높여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우리 정부도 대미 적자폭이 커진 업종을 제시하면서 요구할 부분은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그동안 주장했던 한미 FTA효과를 연구하자는 단순 대응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협상의 범위과 원칙, 프레임을 먼저 제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내 한미FTA 찬성론자인 의회를 비롯한 주한상공회의소(AMCHAM) 등이 재협상에 대해 강하게 반대할 것이어서 트럼프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방문을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며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끔찍한 거래’(horrible deal)라고 지칭하며 “어제 부로 한국과 ‘재협상’(renegotiating)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애초 비보도를 전제로 나온 것이지만 이례적으로 백악관은 이후 전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방문을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며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끔찍한 거래’(horrible deal)라고 지칭하며 “어제 부로 한국과 ‘재협상’(renegotiating)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애초 비보도를 전제로 나온 것이지만 이례적으로 백악관은 이후 전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연합뉴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를 개정보다는 업그레이드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추면 우리가 나쁠 게 하나도 없다”며 “우리도 미국에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개선 가능한 부분으로 미국의 반덤핑 관세 등 무역구제 남용을 지적하고서 정부나 한국무역협회 등이 기업들을 만나 업계가 원하는 개선 사항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 협상가 출신으로서 안보와 경제를 교묘하게 연계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의 각 주(州)마다 한미 FTA에 대한 이해득실이 다르다”며 “한국 농산물 수출로 이득을 보는 지역의 주지사, 상·하원의원 등과 소통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재협상을 우리가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일 수 있다”며 “미국이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는 접근을 해올 경우 우리 정부는 통상과 비(非)통상 이슈는 별개이며, 상호 원하는 바의 ‘등가관계’를 이루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한다는 원칙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장했던 것처럼, 한미 효과를 연구하자식으로 하면 아무런 일도 안된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협상의 범위, 원칙, 프레임을 먼저 던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개정 협상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놀랄 필요는 없다”며 “많은 FTA가 오래되면 개선하는 절차를 밟고 있고 한미 FTA도 양국 협의로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벨기에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이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점을 거론하면서 “한미 FTA는 그동안굳이 손을 댈 것이 없지 않나 생각한 면도 있지만, ISD 소송 문제 등 우리가 개선을요청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미 FTA 지지세력인 미국 의회 및 상공회의소, 농업계 설득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의 반대로 트럼프 정부는 한미 FTA 전면 개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 통상 전문 매체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즈’(Inside U.S. Trade‘s)는 13일(현지시간) “미 의회와 관련 업계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화나게 할 수 있는 한미FTA의 완전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 무역 적자를 언급하면서) 자꾸 철강, 자동차를 제시하는데, 농업 부문만 보면 우리가 미국산을 10배 더 많이 사주니까 우리도 문제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미국이 FTA에 대해) 더는 문제 제기를 안 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지난해 기준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는 68억 달러였고, 국산 농산물 수출 규모는 7억 달러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 다녀와서 앞으로 한미 FTA 문제가 나오면 수세적으로 하지 말고 논거를 갖고 당당하게 주장하자는 말씀을 하셨다”며 “우리도 농업 부문의 적자 등 논거를 갖고 대응논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