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장 내정자 기자회견

“경제력 집중 억제·지배구조 개선이 재벌개혁의 두가지 큰 목표” 강조 비입법 사안 우선 추진 가능성 금산분리 “타부처와 협업” 원론만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핵심 키워드는 공정과 정의다. 대표 인물은 ‘김상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문캠프에 합류해 재벌개혁 공약의 초안을 짰으며, 지난 2006년부터 경제개혁연대를 출범시키며 그간 재벌개혁에 앞장서 왔던 재계 전문가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김 내정자는 18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9층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켓 플레이어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법을 어기지 마십시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재계 순위 4대 그룹에 대한 감시를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어 “재벌개혁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다.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것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적용 범위와 추진 수단은 같지 않다”며 “과거 일률적 규제 기준을 설정하다보니 상위그룹에는 실효성이 없고, 하위그룹에는 과잉 규제가 돼왔다. 문재인 대통령께 상위 그룹에 집중해서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문재인 대통령께 말씀 드렸고 그는 이를 전적으로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 공약이 문 대통령의 10대 공약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5년전 공정위 자료 기준 순환출자는 14개 그룹에 9만8000개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보고를 받으니 7개 그룹에 90개고리 밖에 없다”며 “큰 그룹 중에는 현대차 그룹만이 포함돼 있는데, 규제에는 이득(베네핏)과 비용(코스트)가 있는데, 시급한 주요 현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입법 사항·비입법 사항=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크게 입법 사항과 입법이 필요없는 사항으로 구분된다. 예컨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법개정안에는 지주회사 전환시 자사주의결권 불허,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등이 있다. 여당으로 변신한 민주당과 문재인정부 경제참모들은 상법개정을 통과시키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소송을 내서 이기면 모든 피해자가 똑같이배상받을 수 있는 이른바 집단소송제 도입과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전자서명투표제 등도 모두 같은 재벌개혁 방안도 입법이 필요하다. 법 개정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만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비입법 사항은 대통령 직권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절차에 착수 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공정위의 조사국을 부활시켜 재계 순위 수위권 그룹들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재계는 위축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기반한다. 대기업집단에 한정하되 총수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는 지분 20% 이상)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규제·처벌하는 내용이다.

▶금산분리 어쩌나= 금산분리 강화는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제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는데 삼성생명을 빼고는 논의가 불가능하다. 당초엔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로 전환해 금산분리 규제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좌초됐다.

이날 김 내정자는 금산분리 정책에 대해 ‘타 부처와 협업해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금산분리는 공정위 업무기도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업무기도 하다. 금산 분리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먀 “다만 과거 정부에서 모든 대통령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 했지만 안돼 왔던 이유가 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가 없어서였다. 현 정부에선 금융위 공정위 법무부 총리실 등 다양한 정부부처가 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통합감독 선정 기준이 명확히 나오진 않았지만, ‘금융자산 5~10조원 이상’, ‘그룹 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인 그룹이 거론된다. 삼성은 두 기준에 모두 해당돼 적용이 사실상 확정돼 있는 상태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