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ㆍ중ㆍ일 정상 간의 숨 가쁜 ‘전화외교’를 마쳤다. 사드 배치나 위안부 협상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의 전화외교는 축전과 신경전을 함축한 외교전을 방불케 했다. 당선 직후 전화외교가 진행됐다는 점과 민감한 현안으로 강도높은 내용이 오갔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와도 차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10시 30분께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서 30분간 통화했다. 1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0여분 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25분간 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당선인’ 신분 없이 곧바로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각국 정상과의 전화외교가 당선 직후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당선 3일째인 2012년 12월 22일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11분간 통화했다. 아베 총리와는 공식 취임 이후인 3월 6일, 시진핑 주석과는 3월 20일께 처음으로 통화했다. 한중 정상이 취임 축화 전화 통화를 나눈 건 1992년 수교 후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아베 총리와는 10분가량, 시진핑 주석과는 20분가량 통화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으로 미ㆍ중ㆍ일 정상과 전화통화한 시기도 박 전 대통령보다 빠르지만, 통화 시간도 3국 정상 모두 크게 늘어났다. 박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대부분 축전으로 이뤄졌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는 게 요지였고, 시진핑 주석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한국과 중국이 함께 미래를 개척하자”는 대화가 오갔다. 아베 총리와는 “대북정책에 긴밀하게 공조하자”는 게 골자였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을 포함, 예민한 현안은 당시 전화통화의 주제로 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전화외교는 축전과 함께 외교적 현안이 주요 화두로 거론됐다. 특히 시진핑 주석과는 사드 문제를, 아베 총리와는 위안부 문제를 대화 주제로 삼으며 전화외교에서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사드 제재 조치와 관련, “사드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국민과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재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제 총리와의 통화는 더 강도가 높았다. 문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재협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또 “일본 지도자들께서 과거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구치 공동선언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과거사 인식 문제도 거론했다.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를 하루빨리 안정화시키기 위해선 각종 민감한 외교 현안을 조속히 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문 대통령이 첫 전화외교에서부터 주요 현안을 거론한 건 탄핵정국으로 발생한 외교 공백기를 조속히 극복함과 동시에 한국 외교의 지향점을 초반부터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