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콜 막는 법정관리 피해 산은·수은 최대수혜 ‘예약’

정권공백기·만기임박 시기 ‘대마불사’ 여론압박 주효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안을 17일 새벽 결국 수용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 사이에서는 이번 협상이 애초부터 사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했다는 불만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핏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부담이 커 보이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법정관리를 피한 실익은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가져가는 구조여서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 중 3887억원의 채권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은 이중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3년 유예한 후 3년에 걸쳐 분할상환 받기로 했다. 산은은 상환보장장치로 △별도의 계좌(에스크로 계좌)에 만기가 돌아오기 전 미리 돈을 예치해두고, △ 회사채의 청산가치 분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우선 제공키로 약속했다. 대우조선 경영여건이 개선되면 회사채 우선 상환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보면 국민연금의 상환조건은 국책은행들과 시중은행들에 비해 여전히 불리하다. RG 때문이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했을 경우 선주에게 받은 선수금을 금융사가 대신 돌려주겠다는 계약이다. 채권은행들이 발급하는 일종의 보증보험이다. RG는 직접 대출을 내준 것은 아니지만 은행들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해 건전성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선박이 선주에게 인도되고 선박건조자금을 조선사가 받아야 계약이 종료된다.

이번 채무재조정에서 각각의 출자전환 비율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100%,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50%다. 사채권자의 출자전환 비중이 가장 낮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산은과 수은은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RG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무재조정으로 선박이 순조롭게 인도되면 산은ㆍ수은과 시중은행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만, 사채권자는 그대로 50%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 RG채권을 적용한 실질 출자전환비율은 산은과 수은 9%, 시중은행 20%, 사채권자 50%로 크게 변한다는 게 국민연금 측의 판단이다.

게다가 대우조선의 기존 수준 선박들은 올해와 내년 집중적으로 인도가 이뤄진다. 산ㆍ수은과 시중은행 RG 부담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해소된다는 뜻이다.

현재 대우조선의 수주 잔량은 114척으로, 수주 금액으로는 345억달러(한화 40조572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올해 170억달러(한화 19조9920억원)의 선박 건조가 끝나면서 이 선박들에 대한 RG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형펑성에 문제가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채권 만기 한달을 앞두고 돌연 발표한 금융당국의 속셈에도 사채권자들의 불만은 크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대우조선에 대한 유동성 위기설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오던 금융당국이 돌연 회사채 만기 한달 전에 ‘채무재조정 부동의시 법정관리’의 논리로 사실상의 강요와 협박으로 사채권자들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은 신규 자금 지원 부담을 지는 데다, 무담보 채권을 전액 출자하는 등 일견 높은 부담을 지는 구조로 짜여진 것 처럼 보여진다”라며 “하지만 사채권자들 입장에선 RG 해소에 따른 직접 혜택도 없는 데다, 채무재조정을 거부할 때 법정관리 책임을 떠 안을 수 있다는 압박 속에서 불리한 구조조정 방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셈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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